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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워서 입양 안할래요" 보호소로 돌아온 몰티즈

입력
2021.01.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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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유실?유기동물에 주어진 보호기간은 10일. 이 기간에 보호자를 찾지 못하면 동물의 생사여탈권은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다. 구조부터 보호기간 종료까지 동물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또 보호기간이 끝난 이후는 어떻게 되는지 유기동물들의 생존기를 추적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일주일 만에 만난 몰티즈는 온 몸을 떨며 불안한 모습이었다. 고은경 기자

지난해 12월 11일 일주일 만에 만난 몰티즈는 온 몸을 떨며 불안한 모습이었다. 고은경 기자



"얘는 보호자가 나타나거나 금방 입양갈 겁니다."

2020년 12월 7일. 경기 양주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이하 동구협)에서 만난 임성규 동구협 사무국장과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전날 입소한 몰티즈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한국인들이 많이 키우는 품종인 몰티즈인데다, 예쁜 외모에 네 살 추정으로 나이도 많지 않아서다. 하지만 동물구조·입양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전날 입소한 유기견 다섯 마리 가운데 가장 활동가들의 애를 태운 게 바로 이 몰티즈였다.


지난해 12월 6일 오후 3시 10분 서울 도봉구 창동 녹천역 인근에서 발견된 몰티즈의 구조 당시 모습.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지난해 12월 6일 오후 3시 10분 서울 도봉구 창동 녹천역 인근에서 발견된 몰티즈의 구조 당시 모습.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구조일 이후 : 산책길 옆 목줄 맨 채 발견된 몰티즈

몰티즈는 지난달 6일 서울 도봉구 창동 녹천역 인근에서 발견돼 동구협으로 구조됐다. 이름표나 내장칩은 없었다. 다만 남색 목줄을 한 채 미용(반려견 털깎이)을 한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봐선 최근까지 어느 한 가족의 반려견임이 분명했다. 털도 깨끗한 상태인데다 중성화 수술도 되어 있었고 사람을 잘 따르고 품에 안기길 좋아해 보호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다만 머리를 만지면 입질(무는 행동)하는 게 눈에 띄었다.


구조 이후 1일 째 몰티즈는 사람을 잘 따르고 관리 받은 흔적이 역력한 것으로 보아 최근까지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지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은경 기자

구조 이후 1일 째 몰티즈는 사람을 잘 따르고 관리 받은 흔적이 역력한 것으로 보아 최근까지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지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은경 기자

집은 잃어버렸지만 운이 좋은 편일까. 6일 구조된 몰티즈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8일 공고됐다. 해당 자치구가 유기동물 정보를 APMS에 올리게 되는데 휴일이 포함될 경우 하루이틀 늦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덕분에 몰티즈의 보호기간(통상 열흘)은 당초 16일에 끝날 예정이었으나 18일로 이틀 늘었다.


구조된 지 일주일째인 지난달 11일 몰티즈가 밥도 먹지 않고 불안해 하고 있다. 고은경 기자

구조된 지 일주일째인 지난달 11일 몰티즈가 밥도 먹지 않고 불안해 하고 있다. 고은경 기자


보호기간 종료 D-7: 철창 속에서 떨며 안절부절

보호기간이 끝나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11일 오전 소형견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들어가 몰티즈를 만났다. 입소 때와 달리 불안한 모습이었다. 밥도 먹지 않았는지 그릇에는 사료가 그대로 놓여 있었고, 배설물도 치워지지 않은 채였다. 몰티즈는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부르르 떨며 안절부절 못했다. 짖을 여력도 없어 보였다. 몰티즈를 찾는 보호자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D데이~+8일: 입양 신청 들어왔지만 "사납다"

몰티즈의 보호기간이 끝나는 날인 지난달 18일. 동구협에 확인하니 몰티즈를 원하는 입양 신청이 한 건 들어왔다. 다행이다 싶었다. 사실 보호자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팅커벨프로젝트가 구조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몰티즈 입양자가 나타난 만큼 팅커벨프로젝트는 다른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했다. 입양자가 데려가겠다고 약속한 날은 26일. 일주일가량을 보호소에서 더 지내야 했지만 그래도 새 가족을 찾기만 한다면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다. 그때까지 몰티즈가 잘 견뎌주길 바랐다.

28일 동구협 관계자에게 몰티즈가 입양을 잘 갔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대답은 예상을 빗나갔다. 입양 예정자가 몰티즈를 직접 보더니 성격이 사나운 것 같다며 입양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날은 몰티즈가 동구협에 온 지 20일 되는 날. 보호기간도 열흘이 지났다. 입양처를 찾지 못하면 다음날 지자체가 안락사를 해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12월31일 팅커벨프로젝트 활동가가 구조된 몰티즈를 품 안에 안고 있다. 고은경 기자

지난해 12월31일 팅커벨프로젝트 활동가가 구조된 몰티즈를 품 안에 안고 있다. 고은경 기자


D+13: 결국 보호단체의 품에 안겼지만

동물보호활동가나 개인 구조자는 동구협에서 유기동물을 구조할 때 입양신청이 들어온 개체는 제외하고 구조를 하게 된다. 때문에 위 사례처럼 입양신청이 들어왔다 취소가 되면 오히려 보호소를 못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

몰티즈를 안타깝게 여긴 동구협 관계자와 팅커벨프로젝트의 도움으로 2020년 마지막 날인 31일 몰티즈를 구조할 수 있었다. 사실 팅커벨프로젝트도 몰티즈 대신 이미 다른 강아지를 구조한 상황이라 여력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몰티즈를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몰티즈는 1㎏가량 몸무게가 빠져 있었다. 거친 숨을 쉴새 없이 몰아 쉬고, 입 냄새도 심하게 났다. 서 있을 힘도 없었는지 검진하는 도중 주저 앉아버렸다. 입양 기회를 기다리느라 구조가 늦어졌지만, 계획대로 좀 더 빨리 구조했으면 건강 상태가 이렇게 나빠지진 않았을 텐데.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현재 '토토'라는 이름으로 임시 보호가정에서 치료를 받으며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2020년 12월 마지막 날 구조된 몰티즈가 검진 도중 털썩 주저 앉아 있다. 고은경 기자

2020년 12월 마지막 날 구조된 몰티즈가 검진 도중 털썩 주저 앉아 있다. 고은경 기자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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