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쿠웨이트 중재…이란 고립 위한 우회 전략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아랍권 4개국이 3년 반 동안 단교 중이었던 카타르와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ㆍAFP통신 등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사우디 북서부 알울라에서 열린 연례 걸프협력회의(GCCㆍ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구성) 정상회의에서 걸프지역 아랍 국가들은 카타르와 단교를 끝내기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날 카타르 군주(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다. 카타르 군주가 사우디를 방문한 것은 2017년 6월 단교 이후 처음이다. 이집트도 GCC 회원국은 아니지만 대표단을 회의에 파견했다.
사우디 외무장관인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와 아랍권 4개국이 외교관계를 완전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알울라 협정을 통해 우리는 걸프, 아랍, 이슬람의 연대와 안정을 확인한다”며 “이란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에 맞서기 위해 우리의 노력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아랍권 4개국은 카타르가 이슬람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단교 철회 조건으로 테러 용의자 정보 제공,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 폐쇄, 이란과의 상업 이외 교류 금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주권 침해라며 이를 거부했고 테러조직 지원도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반박해 왔다.
건널 수 없는 강 같았던 양측 사이에 화해의 다리를 놓은 건 쿠웨이트와 미국이다. 쿠웨이트가 수개월간 양측을 중재했고, 이란을 우회 압박하기 위해 중동 외교 전략을 펼쳐 온 미국이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란과 가까운 사이였던 카타르가 사우디 등과 화해함으로써 중동에서 이란의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지난달 사우디와 카타르를 잇달아 방문했고, 이날 GCC 정상회의 협정 서명식에도 참석했다.
영국 BBC방송은 “3년 반 동안의 단교는 카타르 경제와 걸프지역 통합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했다”며 “하지만 UAE 등 일부 국가는 카타르가 리비아 등에서 이슬람 정치운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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