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수상한 성북금우집수리봉사단
서울 성북구에는 매달 일요일마다 모이는 집수리 전문가 37명이 있다. 전기공사업체를 운영하는 박청기(56) 회장을 중심으로 설비, 도배, 창호, 싱크대, 장판, 배관, 인테리어 등 집수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로 구성된 ‘성북 금우 집수리 봉사단’이다. 이들은 성북구 내 거주 환경이 열악한 저소득층의 집을 무료로 고쳐준다.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 13년째로 그들이 고쳐준 집만 92가구다. 봉사단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연말 ‘2020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았다.
최근 전화 인터뷰로 만난 박 회장은 “초창기에는 친목 모임(금우는 ‘금요일 우정을 나누는 모임’의 줄임말이다)에 가까웠는데 이왕 모이는 거 다 함께 잘사는 동네 만들어보자고 해 집수리 봉사를 하게 됐다”며 “다들 생업도 있고 바쁘지만 소외이웃들이 계속 있다고 하니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성북구 내 주민센터를 통해 집수리 봉사가 필요한 대상자가 선정되면 민간단체 등의 기부를 통해 수리에 들어가는 자재 비용을 마련한다. 한 곳당 들어가는 평균 자재비는 100여만원. 대상자가 선정되면 봉사단이 일요일 방문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집을 수리한다. 도배와 장판 작업은 기본이다. 페인트 칠도 해야 하고, 전등이나 변기, 수도꼭지 등이 고장 나 쓸 수 없는 집도 많았다. 싱크대를 교체하거나 배관공사를 새로 하거나, 지붕을 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봉사단이 수리한 한 다가구 주택의 반지하는 습기 때문에 집안을 검은 곰팡이가 뒤덮은 상태였다. 바닥에는 물이 배어나올 정도로 축축했다. 지하다 보니 구조상 화장실이 방보다 높이 있었다. 계단 없이 단차가 커 어린 아이들은 올라갈 수 없어서 계단을 만들어줬다. 박 회장은 “집을 아무리 수리해도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거나, 열악한 환경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일 때는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집수리만 해주는 게 아니다. 곰팡이가 난 이불을 덮고 자야 하는 아이를 그냥 둘 수 없어서, 새 이불을 가져다 주고, 버려야 할 상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독거노인에게 반찬과 생필품을 사다 드리는 일이 매번 계속된다. 집을 고쳐줘 고맙다며 손에 쥐어주는 음료수 하나 받기도 송구스럽단다. 박씨는 “집을 고쳐주다 보니 그들의 살을 깊숙이 들여다 보게 된다”라며 “그들의 삶에 비춰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봉사를 한다기보다 더불어 산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문제도 있다. 봉사단이 수리한 집들은 세입자가 산다. 집을 수리해주면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 이들이 내쫓기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박 회장은 “그럴 때면 정말 허탈하고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지속적이고 촘촘한 사회적인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함께 사는 사회라는 인식도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길이 많이 간 집일수록 보람은 크다. “환경이 비교적 나쁘지 않은 집을 고치고 온 날에는 (도움이 안 된 것 같아) 서운하기도 해요. 힘들게 수리할수록 봉사단의 보람은 더 커지죠. 올해에도 저희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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