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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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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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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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미묘한 한미관계 예상
북핵문제 등 주요 사안은 변함없어
실무, 전문성 입각한 선제적 대응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뉴시스


2주 후에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올해 한국 외교가 당면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들 중 하나이다. 바이든 팀이 트럼프 지우기(anything but Trump)를 외친 지 오래이기에 한국의 대미 전략도 전면 개편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생긴다. 사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은 트럼프 시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확률이 높다. 반세계화 대신 신중한 세계화의 복원, 미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거래 기반 질서에서 다자주의 규범에 기초한 합의적 질서, 동맹 폄하보다는 동맹 중시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한 최다 득표 탈락자이고 트럼프주의 지지자들은 2024년을 고대하고 있다는 현실 속에서 바이든 정부가 직면하게 될 국내 정치적 압박과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가 추구하는 것과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을 미리 구분하고, 동맹국인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고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미 전략을 세워 다양한 경로로 미국에 선제적으로 입력하는 외교가 필요하다.

바이든 정부의 출발과 우리 정부의 마지막이 교차하는 올해 한미 관계는 미묘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4년 혹은 8년의 민주당 시대를 준비하는 초석을 놓는 한 해로 볼 것이다. 한국 정부는 손에 잡히는 외교정책, 대북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정부는 다른 속도로 움직일 확률이 높다.

정책의 초점도 미국은 세계 질서, 대중 전략부터 한반도와 같은 개별 이슈로 내려오는 톱 다운, 혹은 하향식 접근을 추구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 집중할 것이다. 문제는 한반도에 집중해도 아시아와 세계를 향한 보텀 업, 혹은 상향식 전략이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가 조직하겠다고 공언한 세계민주주의연합에 한국을 초청하고 중국에 대한 경쟁적 공존 전략을 추구할 때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바이든 정부는 각 부문에서 구체적인 규범을 만들어 동맹국을 조여올 것이므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때이다. 규범과 규칙의 시대에 국제법학자인 아누 브래퍼드가 논하는 '브뤼셀 효과'를 주목할 만하다. 유럽연합이 군사력에서 존재감이 적지만 세계화 시대에 디지털 경제 등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성에 기초한 규범 생산의 주축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타협과 거래의 시대에서 전문성과 실무의 시대로의 전환은 북핵 문제에도 적용된다.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된 현재, 코로나와 경제 문제에 직면한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지는 않겠지만 중대한 사안으로 여길 것임에 틀림없다. 바이든 정부는 실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정상 간 만남으로 메우지는 않을 것이다. 많이 논의되는 보텀 업, 상향식 접근법이다. 실무 협상이 진행되면 핵동결을 둘러싼 북핵의 신고와 검증, 대북 경제 제재 해제를 둘러싼 구체적인 방식, 스냅백(제재 원상 복구) 방식의 내용과 실현가능성, 대북 체제 안전 보장 방식 등 많은 사안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협상의 운전자석에는 실무적 전문성으로 무장한 국가가 앉을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와 지역·세계를 상대로 한 올해 한국 외교 전략의 성패는 한국의 보텀, 즉, 실무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와 같은 실무 부서의 국장급, 과장급 등 실무진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창의성을 보장하며, 실무진의 견해를 최고정책결정자들이 존중하고 종합할 수 있는 외교체계가 시급하다. 트럼프주의의 폐해 중 하나는 정치적 타협이 구조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환상이다. 한국 역시 선의에 기초한 정책이라도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 있음을 깨달아 국제정치의 구조와 외교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체계적 외교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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