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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가 장악한 국회·기업... 청년·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입력
2021.01.07 03: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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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3ㆍ67을 위한 입법ㆍ정책은 없다?
2030·6070 위한 법안 발의는 2.7%에 불과
국회의원 구성도 50대 86세대가 59% 독점

편집자주

2030·6070세대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청년·노년을 사는 첫 세대다. 일자리·주거·복지에서 소외를 겪으면서도 ‘싸가지’와 ‘꼰대’라는 지적만 받을 뿐, 주류인 4050세대에 치여 주변부로 내밀린다. 세대간 공정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외침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만난 지만형씨가 단칸방에서 홀로 티비를 시청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만난 지만형씨가 단칸방에서 홀로 티비를 시청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한국일보가 '주변부 세대 보고서' 취재 과정에서 만난 2030·6070 세대는 어느 때보다 마음 졸이며 2021년을 맞았다고 했다. 일자리는 물론 연금, 부동산 등 생존과 직결된 것들이 생계를 위협하는 현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그 상황이 더욱 악화됨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2030과 6070을 둘러싼 환경은 더 나빠지는데, 각 세대가 맞은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타개할 만한 혁신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는 이미 수천 건의 법안을 쏟아냈지만, 정작 청년과 노년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일에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나왔던 대책으로 재탕과 돌려막기를 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의 방치 속에 사회의 언저리로 내몰린 두 세대의 주변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 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30, 6070 위한 법안은 2.7% 뿐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한국일보가 21대 국회의 지난해 발의 법안 6,960개(가결 법안 434개·가결율 6.3%)를 전수 조사한 결과, 2030세대와 6070세대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은 법안은 2.7%(190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0개 법안 중 2030세대와 6070세대를 겨냥한 법안 발의는 각각 91건 이었고, 두 세대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담은 법안은 8건이다. 10대 아동·청소년 관련 법안이 176건이라는 점을 봐도, 2030과 6070이 국회의 관심사에서 상대적으로 밀려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발의된 190건 중 통과된 법안은 6건에 불과했다.

통과된 법안 6건의 내용도 이들 세대의 고충을 제대로 담아내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2030 겨냥 법안 2건은 △노동위원회 소관 사무에 학습근로자에 대한 차별 처우 시정 업무 추가(노동위원회법) △한국산업인력공단 사업 범위에 '글로벌 인재 양성' 문구 등 추가(한국산업인력공단법) 같은 내용으로, 청년의 이해 관계를 직접적으로 포괄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것 말고도 △청년 해외창업 지원 △지역인재 채용 확대 △청년 정치참여율 확대 △국무총리 소속 청년처 신설 같은 법안들이 나오긴 했으나,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진 못했다.

21대 국회가 발의한 청년 노년 관련 법안

21대 국회가 발의한 청년 노년 관련 법안

통과된 6070세대 겨낭 법안 3건 역시 노년들이 느끼기엔 미흡한 점이 많다. 중장년 은퇴 창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창업지원 계획 마련 법안(소상공인기본법) 정도만 체감 가능한 수준이고 △장기요양기관 부당 급여 청구 벌칙규정 신설(노인장기요양보험법)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수급자가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장애인활동 지원법) 등 내용은 소수에게만 해당된다. 발의 법안 전체를 놓고 봐도 노인 교통 안전이나 복지 시설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 6070세대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나마 통과된 법안 중엔 1인 가구(두 세대 공통)를 위해 도심 내 시설을 장기공공임대 주택으로 공급하는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안 정도가 정책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내용으로 꼽혔다.

반면 이미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가는 법안은 활발하게 발의됐다. '근로자'나 '노동자' 등의 키워드로 발의된 법안은 337건인데, 대부분 4050 기성 근로자들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는 것들이다. 청년이나 노년이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취업' 혹은 '일자리'가 키워드인 법안은 176건에 그쳤다.

국회 구성도 연령 별 차이 극명...50대가 60%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가 2030과 6070을 소홀하게 다루는 이유 중 하나로 국회의원 연령 구조상 4050 세대가 지나치게 과대대표 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21대 국회 당선인 연령을 분석해 보면 50대가 177명(59.0%)으로 과반수를 차지했고, 40대는 38명(12.7%)으로 나타났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닌 '86세대'와 197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X 세대'의 연합(4050 세대)이 국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70대와 20대는 각각 3명(1.0%), 2명(0.7%) 뿐으로,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소외돼 있다.

특히나 86세대의 국회 과점은 시민사회와 학계가 오랫동안 비판해 온 문제기도 하다. 이들이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면서 주변부 세대의 아우성을 제대로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86세대는 정치 입문 초기부터 꾸준히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강한 유대감을 형성해 온 집단이라, 향후 선거나 공천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의 86 전성시대가 꽤나 오래 갈 수 있다는 얘기다.

86세대의 과대대표 문제는 국회뿐만 아니라 일반 사기업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대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 온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세대별 임원 분포에서도 86세대 과점이 나타난다고 한다. 86세대의 바로 앞 세대인 1940·50년대 생이 50대 초중반에 임원 점유율 60%를 기록한 뒤 급속히 퇴장했고, 현재 86세대는 선배 세대보다 높은 70%의 임원 비율을 보이고 있다.

세대 정책, 특별 기구로 대응한다지만...

정세균(윗줄 가운데) 국무총리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2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윗줄 가운데) 국무총리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2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도 일찌감치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별도 기구를 통해 세대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많지 않다. 지난해 8월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출범한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대표적이다. 5년 주기로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청년 일자리와 보건복지 및 생활문화 환경, 역량 개발 현황 등을 2년마다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청년 정책 조정, 수요자 중심의 정책 피드백 등을 이뤄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노인 정책 기구로는 2005년 출범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정도가 존재하지만, 고령화보다는 저출산 문제를 더 챙기는 경향이 강했다. 실제 지난달 위원회가 발표한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을 보면, 고령화 정책은 △노인 일자리 80만개 확충 △지역사회 통합돌봄 전국 확산 △퇴직연금 활성화 등 기존 내용이 반복된 수준이다. 그마저도 현장 지원 여력이 충분치 않아, 시행시점을 2022년 이후로 미뤄놓은 정책들도 많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각종 세대별 기구들은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중장기적 로드맵을 집행할 예산이나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국회나 기존 부처가 하던 일을 뛰어 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위원회 논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수혜 세대의 시각 반영과 구체적 실행을 이끌어주는 동력이 심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지후 기자
우태경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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