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쿠웨이트 중재로, 외교적 위기 해결
카타르 테러 지원 의혹으로 2017년 단교
단교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3년 7개월여 만에 국경을 열기로 했다. 역내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의 정치적 다툼 해결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번에도 중동분쟁 해결사를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핵심 중재 역할을 했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등 걸프 지역 아랍국가들은 이날 사우디 북서부 알울라에서 열린 연례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서 카타르와 단교를 끝내기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역시 이날 정상회의를 위해 사우디에 도착했다. 단교 이후 첫 사우디 방문이다.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와 바레인,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는 2017년 카타르가 이슬람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했다. 하지만 카타르가 “근거 없는 의혹”이라며 일축하면서 양측 사이에는 3년 넘게 교류가 끊겼다. 알자지라방송은 “정치적 분쟁을 해결하는 길을 닦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합의를 높게 평가했다. 사우디가 GCC의 맞형 격인 만큼 바레인 등 다른 국가들도 국경 개방에 동참할 전망이다.
양국 관계의 ‘해빙’은 쿠웨이트의 오랜 중재가 큰 역할을 했고, 미국의 개입이 결정적 한 수가 됐다. 이란을 우회 압박하기 위해 중동 외교에 집중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와 카타르가 손을 잡아야 이란과 멀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영국 BBC방송은 “사우디와 동맹국의 단교 선언 이후 카타르는 사우디의 경쟁자인 터키, 이란과 더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협정을 통해 우리는 걸프, 아랍, 이슬람의 연대와 안정을 확인한다"며 중재 역할을 한 쿠웨이트와 미국에 감사를 표했다.
다만 카타르와 사우디가 국경 개방을 놓고 어떤 조건을 주고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카타르가 사우디 등이 이전에 내건 단교 철회 조건들을 어느 정도 수용 했는지 여부는 베일에 싸여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카타르에 테러용의자 정보 제공 등 국교 정상화 조건 13가지를 제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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