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비밀리에 진행된 IT 공룡 구글의 첫 노조 결성…”역사적인 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비밀리에 진행된 IT 공룡 구글의 첫 노조 결성…”역사적인 일”

입력
2021.01.05 16:30
0 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에도 마침내 첫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미국내 IT 대기업 가운데 노조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구글을 계기로 '반노조' 분위기 팽배했던 미국 IT 업계에 새로운 변화가 뒤따를지 주목된다.

5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 엔지니어 등 225명의 직원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 이름은 '알파벳 노동조합'으로, 알파벳은 구글의 모회사다. 구글은 지주사인 알파벳 아래 검색엔진, 유튜브 등 모든 조직이 자리하고 있다. 알파벳 노조는 1998년 5월 구글 탄생 이후 생긴 첫 노조다.

반노조 분위기 실리콘밸리에 노조?…"보기 드문 광경"

이번 구글의 노조 설립은 미국 IT 업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성과와 효율을 바탕으로 무엇보다 기술 개발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미국 IT 업계에선 사실상 '노조'는 걸림돌처럼 취급됐다. 뉴욕타임스도 "반노조 분위기가 팽배한 실리콘벨리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라고 평가했다. 구글 노조 설립을 주도한 딜런 베이커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것은 역사적인 일이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노조 회원들은 총 임금의 1%를 노조 운영비로 낸다.

구글 노조 결성은 수년간 이어진 경영진과 직원 간 빚어진 갈등에서 비롯됐다. 일례로 2018년 성범죄를 저질러 회사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핵심 임원 앤디 루빈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안겨줬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글 직원 2만여명이 집단 파업을 벌였다. 이에 앞서 지난 2017년 미 국방부와 무인항공기(드론)에 찍힌 영상물에 등장한 사람과 차량 추적 기술 제공 계약을 맺었다가 "살인을 돕는 기술을 만들자는 얘기"냐며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구글

구글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구글 경영진이 오히려 문제 제기를 하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여론 생성을 막기 위해 강경책을 펼치면서 갈등의 폭을 키웠다. 알파벳 노조는 성명에서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술을 만들려고 알파벳에 들어왔는데 회사 경영진은 오직 이익만 우선한다"며 "회사는 직원들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 얘기하려는 걸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1년간 비밀리에 노조 결성 작업…"원격 근무로 덕봤다"

이후 구글 내부에선 최근 1년 동안 노조 설립 작업이 비밀리에 이뤄졌다. 처음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직원들의 미팅이 어려워지면서 차질도 빚었지만 오히려 일상화된 원격 근무로 노조 설립에 탄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 규모가 미미하다 보니 당장 단체교섭권 등으로 사측에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알파벳 노조는 법상 단체교섭권 등이 빠진 '소수 노조' 지위만 얻었다. 때문에 알파벳 노조가 교섭권 등으로 사측과 직접적인 협상 보단 공공 캠페인이나 규제 기관 등에 로비하는 방식으로 경영진을 압박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구글 자율 주행 자동차를 시연 중인 구글 3인방.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운데), 세브게이 브린(왼쪽), 2001년부터 구글의 경영을 맡았던 에릭 슈미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글 자율 주행 자동차를 시연 중인 구글 3인방.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운데), 세브게이 브린(왼쪽), 2001년부터 구글의 경영을 맡았던 에릭 슈미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알파벳 노조는 "회사에서 차별받거나 보복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집단행동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알파벳 노조는 미국의 최대 노조 중 하나인 미국 통신노동자 노조(CWA)와 손을 잡기로 했다.

구글 경영진으로선 핵심 사업인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의 사업을 회사가 원하는 대로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 대학의 비나 두발 교수는 "노조 설립의 장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고 우리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노조 설립 이후 "항상 그래 왔듯이 계속해서 직원들과 소통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동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