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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과 성장보다 생명과 삶을

입력
2021.01.06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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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로 시작된 2020년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2021년에는 백신과 치료제 보급으로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 추세가 하루빨리 꺾이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그러나 줄곧 지적되었듯이 코로나19는 자연재해가 아니며 사회·경제·환경정의와 생태 지속 가능성을 외면하고 끝없는 성장과 개발을 추구해 온 기성 정치와 경제체제가 빚어낸 기후·생태위기에 기인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또 기성 정치와 경제체제가 유지되는 한 감염병을 비롯한 기후·생태위기 피해가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근원적 문제들을 방치한 채 백신, 치료제나 여타 기술적 해법으로 우리가 처한 위기가 해결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그러한 환상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정부가 작년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이나 12월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을 주창하며 제시한 2021년 경제정책 방향은 대표적 사례다. 미사여구를 거둬내면 그 핵심에는 기술혁신에 기반한 기존 산업 확장과 신산업 육성을 통해 기업 특히 대기업의 이윤 창출과 국제경쟁력을 확대하고 국민총생산(GDP)을 높임으로써 한국을 선진강국 대열에 진입시켜야 한다는 성장주의와 개발민족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그 틀 내에서 ‘사람중심’과 ‘포용’은 더 많은 이들이 창의적 인력으로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차원으로, ‘녹색’은 또 다른 투자 기회이자 성장동력의 새로운 영역쯤으로 협소하게 이해된다.

정치권도 다르지 않다. 촛불혁명 계승을 공언해 온 여당 민주당은 위헌적 위성정당까지 동원해 국회 의석수의 60%를 차지했음에도 한국 사회의 총체적 개혁이라는 촛불의 시대정신은 간데 없고 성장주의와 개발민족주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기득권 정치세력의 역할에 여념이 없다. 제1야당 국민의 힘도 보다 보수적 입장에서 정부 정책에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고는 있지만 원조 기득권 정치세력답게 성장주의와 개발민족주의 추구에 있어서는 궤를 같이한다. 두 기득권 정당과 딱히 정책적 차이가 없는 열린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6석에 불과한 정의당과 원외의 녹색당 등 소수 진보정당들만이 기업 활성화와 경제성장률을 모든 것에 앞세우는 기득권 정치와 경제의 흐름에 외롭게 저항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임에도 공공의료 확충보다 의료 영리화와 바이오산업 육성에 힘이 실리고, 국제노동기구 협약 비준을 구실로 오히려 노동권을 제약하는 노동법 개악이 이루어지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다 법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정부안이 제시되는가 하면, 2050년 탄소중립 천명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강원도에서 석탄화력발전 건설이 강행되는 현실은 모두 이처럼 기울어진 정치와 경제의 결과에 다름 아니다. 혹자는 냉엄한 국내외 정치·경제 현실에서 그 이상 무엇이 가능하냐며 윽박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경제·환경정의와 생태 지속 가능성을 도외시한 정치와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지속될 수 있다는 것만큼 비현실적 주장도 없지 않나 싶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이윤과 성장보다 생명과 안전, 정의롭고 평등한 삶, 생태계와의 조화를 우선하는 새로운 정치와 경제가 더 힘을 얻게 되기를 기원해 마지않는다.



김상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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