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이재용(맨 오른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두 번째)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네 번째) LG그룹 회장, 최태원(다섯 번째) SK그룹 회장이 건배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위기 극복과 변화, 그리고 고객’
재계 총수들이 신축년(辛丑年)인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내놓은 경영 화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 미ㆍ중 무역분쟁 등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도 기회가 반드시 공존한다는 데 의견은 일치했다. 각 기업마다 차세대 신성장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ㆍ현대차ㆍLGㆍSK 등 주요 그룹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시무식을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간소하게 진행했다. 총수나 최고경영자(CEO)의 신년사도 영상 또는 사내 메일을 통해 전달했다. 하지만 올해 전해진 메시지에선 어느 해보다 절박함이 묻어났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2021년은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이 돼야 할 것”이라며 “‘도전과 혁신’이 살아 숨쉬는 창조적 기업으로 변모해 혁신의 리더십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업계 판도를 주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고객을 가장 중심에 두고, 고객 경험 및 고객 가치를 높이는 기업이 되자”며 “차세대 신성장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미래 10년을 내다 보며 새로운 준비를 하자”고 주문했다.
별도의 신년사를 내놓지 않고 평택 2공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회장 승진 후 첫 신년사를 내놓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를 ‘고객, 인류, 미래, 나눔’ 등 그룹 혁신의 지향점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는 원년으로 선포했다. 정 회장은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쉽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그룹 임직원 모두가 변함없이 지켜가야 할 사명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이후 매년 신년사에서 ‘고객 가치’를 경영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에는 LG의 고객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 집요한 마음으로 고객 감동을 완성해 LG 그룹의 팬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구 회장은 “고객 안에 숨겨진 마음을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고객을 더 세밀히 이해하고 마음속 열망을 찾아, 이것을 현실로 만들어 고객 감동을 키워갈 때”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도전과 패기, 그리고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 과거에 대한 반성을 통해, 사회 전체에 행복을 더할 기업의 모습이 무엇일지 앞으로 계속 고민하자”고 전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강력한 실행력으로 5년 후, 10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자”며 “지금껏 위험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경기회복을 주도하겠다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책임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지속가능경영의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가장 한화다운 길’을 걸어가자고 독려했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의 의미를 강조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새해는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 경영으로 신사업 발굴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코오롱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원앤온리위원회는 “마음을 더하고 지혜를 곱하고 어려움을 나눠온 우리만의 성공방정식을 세상 밖으로 넓혀 고객, 사회 전체와 더불어 살고,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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