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식사, 모임 등에 부담 가중
같이 밥 먹자는 말도 없이…각자 해결?
전남 순천시 ‘낮술 금지령’ 내리기도
4일 점심시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부근 식당가.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온 인근 관공서 공무원 8명이 손님이 없는 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일행이던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사불란하게 4명씩 둘로 갈라져 자리를 따로 잡고 주문을 했다. 한 공무원은 “식구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동료들인데도, 밥 한끼 같이 하기 어려운 ‘부담스러운 사이’가 됐다”며 아쉬워했다.
부산의 직장가 점심 시간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달 23일 수도권에 이어 이날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전국에서 금지되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이 변화는 식사나 각종 소규모 모임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끼쳤고, 위기 상황의 소상공인들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산지역 한 기업체 관계자는 “점심 시간에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다가 각자 해결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4명을 맞추기 위해 1, 2명을 떼내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못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직장인들 영향으로 부산시청 인근 식당들은 이날 비교적 한산했다. 부산경찰청과 부산시의회 등 여러 관공서가 자리 잡고 있어 평소 점심 시간이면 직장인들로 북적대는 곳이다. 시차를 두고 점심에 나선 때문인지 많은 식당들은 한 테이블에 2, 3명씩 여유를 두고 띄어 앉았다. 식사 시간에 크게 이야기 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식사를 마친 이들이 찾는 주변 커피숍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긴 줄이 목격됐다. 5인 이상 집합금령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시행 첫날이었지만 큰 혼란은 보이지 않았다. 창원의 한 직장인은 "수도권에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내려진 이튿날이던 지난달 24일부터 전국에 5인 이상 집합금지 ‘권고’가 내려졌고, 거기에 준해서 모임을 자제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정착과 함께 사무실에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거나 직접 도시락을 싸 와서 먹는 회사원들도 크게 늘어난 분위기다. 경남 양산 시내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43)씨는 “붐비는 식당 피하고 어차피 혼자 먹느니, 집에 가서 있는 밥과 반찬으로 10분만에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출근했다”고 말했다. 김씨 집은 직장에서 승용차로 편도 10분 거리다.
밖에서 점심이 어려워지자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다시 비상이 걸렸다. 이날 부산 해운대의 한 고깃집 주인은 “송년회 장사를 진즉에 포기하면서 그래도 신년회 장사는 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사실상 더 강화되면서 6, 7명 인원으로 예약을 한 손님들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개업 후 배달을 하지 않던 업종의 자영업자들도 배달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부산 동래구의 한 일본식 주점 사장 김모(49)씨는 “지금 행정명령 하에서는 손님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매출 감소 폭을 줄이기 위해 안주라도 배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에도 배달을 하지 않고 버텼던 곳이다. 5인 이상 집합금지령으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영업자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힘든 상황이지만, 부산의 상황은 그래도 전남 순천에 비하면 차라리 낫다. 순천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전국 확대에 맞춰 이날 ‘낮술 금지령’이 떨어졌다. 한 국밥집 주인은 “24시간 운영해도 빠듯한데, 9시까지만 하라고 하더니 이젠 손님들한테 국밥에 소주도 한잔 못 마시게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순천시의 이 정책은 심야영업을 하는 한 식당이 영업 제한시간을 교묘하게 피해 오전 5시부터 영업을 하다가 적발돼 전국적인 지탄을 받자 순천시가 궁여지택으로 전날 발표한 대책이다. 순천시에서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197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전남 전체 22개 시도 중 가장 많고, 이는 비슷한 규모의 인구를 가진 여수(26명)에 비해 8배 가량 많은 것이다. 순천시는 “전체 시민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