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관심받기 싫어하는 '관종(관심종자)'이랄까요? 천상의 목소리를 내는 플루트나 소리 하나로 심금을 울리는 오보에에 비해 확실한 정체성은 없지만, 또 그래서 어떤 감정이든 표현 가능한 넓은 팔레트 같아요."
2021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김한(24)이 자신의 악기 클라리넷의 매력을 두고 이렇게 정의했다. 클래식 공연 때 오케스트라의 중간에 위치하는 클라리넷은 다른 악기들 속에 푹 파묻혀 있어 여간 해선 눈길을 끌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독주 무대도 흔치 않았다. 4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김한은 "클라리넷을 색깔로 비유하자면 검은색으로 볼 수 있다"면서 "모든 색깔이 다 들어 있어서 노랑이나 빨강도 언제든 뽑아낼 수 있는 개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음악성과 장래가 촉망 받는 30세 미만의 클래식 연주자 한명을 매년 상주음악가로 선정하고 있다. 상주음악가가 되면 서울 신촌동 금호아트홀연세에서 4차례 안팎의 공연이 마련된다. 김한은 금호 상주음악가로선 첫 관악기 연주자다. 피아노나 현악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악기군의 매력을 널리 전파하는 임무까지 도맡은 셈이다.
김한은 열한살에 금호 영재콘서트로 데뷔했다. 그만큼 금호와 인연이 깊다. 재작년에는 세계적인 독일 ARD 콩쿠르를 준우승한 데 이어 핀란드방송교향악단의 부수석으로 임용되는 등 연주자로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김한도 악기의 유연함을 닮았다. 김한은 "협주를 할 때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를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음악에서 맞고 틀리고가 확실히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어떤 음악에도 열려있고, 같은 작품도 새로운 연주가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김한이 올해 보여줄 공연들은 무반주 독주부터 실내악까지 다채롭다. 클라리넷의 대표 실내악 작품인 모차르트와 브람스 5중주(6월 3일)는 물론, 동양적 색채가 강한 윤이상 작곡가의 '피리'(10월 7일)나, 재즈 앙상블 연주(12월 30일) 등을 선보인다.
지난해 계획했던 연주의 90%가 취소됐다는 김한에게 올해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김한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연주를 많이 해봤지만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이어서 많이 아쉬웠다"며 "얼른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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