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에게 실패를 허락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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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에게 실패를 허락하는 사회

입력
2021.01.04 15:00
수정
2021.01.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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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베레시트와 달 표면과의 거리가 22km일 때 이스라엘 민간기업인 SpaceIL이 촬영한 사진 ©SpaceIL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2020년은 인류가 공포와 피로 속에서 1년이 순식간에 증발한 것 같은 해였다. 이제 백신과 치료제의 등장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종식의 희망이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파고들어서 서서히 잠식해 갔다. 요양원, 물류센터, 콜센터, 구치소, 소규모 종교시설 등이 그랬다. 유일한 해결책은 이번에도 역시나 과학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연구 덕분에 우리는 천천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뒤에는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던 mRNA 백신 개발에 몰두한 여성과학자 카탈린 카리코와 같은 무명 과학자들이 있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과학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과학자의 삶은 기본적으로 매일이 실패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이 곧 과학이고 실험이다. 과학자들에게 실패를 허락하는 사회여야만 인류에게 진정한 진보가 있다.

2019년 4월, 이스라엘 기업이 개발한 인공위성인 '베레시트(히브리어로 창세기)'가 달 착륙을 시도했다. 베레시트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 만든 최초의 달 착륙선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지상국에서 베레시트의 달 착륙 전 과정을 함께했다. 만약 성공했다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달에 깃발을 꽂은 나라가 될 수 있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2년 안에 다시 시도할 것"과 "첫 번째에 성공 못 했다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 7번째 달 궤도 선회에 성공한 것만도 큰 성과다"라고 자축했다. 지도자의 이런 태도는 현장의 과학자들에게 큰 격려가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비록 베레시트는 착륙에 실패했지만, 달 표면에 분명한 흔적을 남겼다.

매번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하는 우주개발에서 실패는 흔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첫 번째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두 번의 발사 실패를 경험하고, 세 번째 시도에서야 성공했다. 2009년 1차 발사에서는 이륙 216초 후에 한쪽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으며, 2010년 2차 발사에서는 이륙 137초 후에 발생한 내부 폭발로 인해 실패했다. 2013년 1월 30일에 시도한 3차 발사에서 100㎏급인 나로과학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 놓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올해 10월에는 우리나라의 두 번째 발사체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누리호와는 독립적으로, 고체 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안을 반영한 소형 발사체 개발도 준비 중이다.

테슬라의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의 일생의 꿈은 화성 여행이다.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2020년 12월 9일 화성 탐사에 사용할 로켓인 '스타십(Starship)' 8번째 시제품(SN8)을 고도 12.5㎞까지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앞서 세 차례 150m 저고도 시험 비행을 성공하긴 했으나, 고고도 비행에 도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십은 달과 화성에 인간을 보내기 위해 개발 중인 차세대 유인 왕복선이다. 길이 50m, 지름 9m의 중형 발사체로 150t의 탑재체를 실을 수 있다. 2021년 첫 비행을 거쳐 2023년 달 여행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SN8 스타십은 6분 42초 동안 시험 비행을 한 뒤, 땅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폭발했다. 역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로켓 엔진을 재점화하는 과정에서 지상에 충돌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착륙 지점을 향한 정확한 날개 조작과 연료 탱크 전환이 이뤄진 성공적 하강"이라며 오히려 기뻐했다. 머스크는 무수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작년 5월 30일 민간 최초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Crew Dragon)' 발사에 성공했다. 게다가 2050년까지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기 위해서 스타십을 탑승 인원 100명인 대형 우주선으로 개발한다. 우주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도 시도하지 않는 사람에겐 실패도, 성공도 없다. 그냥 제자리에 머물 뿐이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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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의 우주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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