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부터 공장 옆 하천서 터파기
꺼진 땅 8년 전 성토해 확장한 부지
"배관공사가 기존 연약지반 영향 준 듯"
새해 첫날 경북 포항 철강산업단지 내 옛 강관업체 제조공장에서 대규모 지반침하가 발생했다. 꺼진 땅은 8년 전쯤 하천부지를 성토해 확장한 곳으로, 바로 옆 하천에는 최근 배관을 매설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포항시는 배관을 매립하기 위해 터파기 작업을 진행하다가 하천 주변의 연약 지반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 조사에 나섰다.
3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1일 2시50분쯤 남구 대송면 철강산업3단지 내 J스틸 옛 강관 제조공장에서 지반침하 신고가 접수됐다. 꺼진 면적은 가로 80m, 세로 20m의 1,600㎡이며, 본래 높이에서 2~2.5m 아래로 내려 앉았다.
공장은 본래 강관 제조업체 소유였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7년 전부터 가동을 멈췄다. 또 침하가 발생한 곳은 물건을 쌓아두거나 차량이 드나드는 야외 마당이어서, 예전에 남아있던 일부 적재함과 물건만 땅 아래로 함께 내려 앉았을 뿐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최초 발견자는 J스틸 부지 관리자로, 관할 대송면사무소에 "공장 땅이 내려 앉았다"며 신고했다. 면사무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항시에 곧바로 동향보고 형식으로 알렸다.
포항시는 1일 오후 현장에 출동해 조명등과 안전띠를 설치한 뒤 출입을 통제했다. 이어 토질전문 기술사를 비롯해 공사를 담당한 시공사와 감리단, 공장 관계자 등과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
포항시는 침하 원인으로 인근 하천에서 이뤄진 배관 연결공사를 주목하고 있다. 땅이 꺼진 공장 바로 뒤에는 폭 30m의 칠성천이 흐르고 있는데, 시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공장 뒤편 칠성천에 있던 기존 우수(빗물)관에서 공단 유수지를 연결하는 직경 600㎜의 관을 매설하기 위해 터파기 작업을 했다. 시는 배관을 묻는 과정에 주변 연약지반의 흙이 서서히 흘러 내리면서 J스틸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무너진 J스틸의 땅이 본래 연약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J스틸의 부지는 면적 1만8,181㎡로, 직사각형 형태를 띄고 있다. 공장 입구는 철강3산단 도로와 마주하고 있지만, 이번에 침하된 야적장은 공장 뒤편 칠성천과 맞닿아 있다. J스틸은 2012년 하천부지와 경사진 땅을 메워 지붕이 있는 야적장과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이렇게 늘린 면적은 이번에 침하 사고가 발생한 곳과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관계자는 "꺼진 곳은 철강회사가 하천부지를 직접 성토한 부지라 약 26년 전 철강산단 3단지가 준공됐을 때보다 오히려 지반이 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침하된 곳 바로 뒤 칠성천에서 최근 배관 매설 작업이 이뤄지면서 약한 지반에 힘이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항에서는 지난해 2월 14일 남구 이동 왕복 3차로 도로와 인도 일부가 내려앉아 가로 4m, 세로 5m, 깊이 4m 싱크홀(땅 꺼짐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2019년 11월 3일에는 이곳에서 450m 떨어진 편도 3차로 도로 일부가 내려앉으면서 지름 5m 크기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2018년 4∼5월에는 포항고속버스터미널 인근 남구 해도동 한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지하 터파기를 하던 중 땅 꺼짐 현상이 일어나는 등 잇따른 지반 침하 현상에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