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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 덕에 버틸 수 있었다”... 작가들의 대중음악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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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 덕에 버틸 수 있었다”... 작가들의 대중음악 탐방기

입력
2021.01.04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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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시인은 2016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걸그룹 '오마이걸'을 보고 한눈에 반한 뒤 열렬한 팬이 됐다. 사진은 2020 멜론뮤직어워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오마이걸. 카카오 제공

서효인 시인은 2016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걸그룹 '오마이걸'을 보고 한눈에 반한 뒤 열렬한 팬이 됐다. 사진은 2020 멜론뮤직어워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오마이걸. 카카오 제공


서효인 시인은 걸그룹 ‘오마이걸’의 팬이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등을 낸 그는 출판사 민음사의 편집자로 딸 둘을 둔 가장이자 40대 ‘아저씨’다. 2016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오마이걸 멤버 미미와 승희가 90년대 인기 그룹 유피(UP)의 노래를 재현하는 장면을 보고 “크나큰 사고”를 겪었다. 이른바 ‘덕통사고’. 어느날 갑자기 트럭에 치인 것처럼 한눈에 반하는 일이다.

최근 출간된 ‘아무튼, 인기가요’(제철소)는 “오마이걸이 활동하는 몇 달은 삶을 버텨내기가 쉬웠고”, “많은 계절과 밤낮을 오마이걸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말해온 서 시인이 이 같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 책이다.

오마이걸뿐만 아니다. 책은 박남정의 ‘널 그리며’에 맞춰 기역니은춤을 추며 용돈을 타냈던 유년기에서,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를 들으며 가혹한 학교 체벌을 견디던 청소년기를 거쳐, 출근길 차 안에서 아이유의 ‘시간의 바깥’을 들으며 우는 어른이 되기까지, 인생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해준 대중음악들에 대한 헌사가 빼곡히 담겼다.

서효인 '아무튼, 인기가요', 김형수 '유행가들'

서효인 '아무튼, 인기가요', 김형수 '유행가들'


‘아무튼, 인기가요’가 대중음악에 대한 개인적 소회에 가깝다면, 비슷한 시기 나란히 출간된 ‘유행가들’(자음과모음)은 보다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에 녹아있는 정서와 사회상을 다룬다.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끈 대표 논객이자 시인 겸 소설가인 김형수가 트로트부터 신민요, 록 음악, 포크 송, 댄스뮤직 등 유행가들을 분석하고 여기 얽힌 시대정신과 감수성을 짚어낸다.

책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흥하는 장르인 ‘트로트’에 대한 단상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의 트로트 시대’라는 장편소설을 쓴 적도 있을 만큼 해당 장르에 대해서만큼은 준전문가를 자부하는 그는, 트로트를 “민족의 온기를 담고 있는 마지막 원두막”이라고 정의한다. 이후 김추자 이미자 신중현 송창식 양희은 나훈아 남진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대중음악 아이콘들을 소환하며 유행가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각각 1981년생과 1959년생인 저자들이 쓴 만큼 책에 소개되는 대중음악의 목록은 1920년대부터 2020년까지 다양하게 아우른다. 각각의 플레이리스트를 비교해 읽어보는 재미도 있지만, 같은 음악을 바라보는 다른 세대의 시각을 만나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물론 세대와 유행이 변해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 이 음악들로부터 우리가 위로 받았다는 사실이다. “노래를 듣는 동안이나마 우리는 가까스로 희망을 품는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는다. 겨우 3분 동안. 무려 3분이나”(서효인) “내가 유행가를 듣는 시간은(…) 세상살이에 지친 영혼을 달래고 위무하는 시간”(김형수)이라는 이 작가들의 말마따나.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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