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나이가 들면서 가장 피하고 싶은 질환이 치매다. 치매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변인들의 삶까지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이 전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치매를 앓는 사람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방법도 제대로 없는 데다 치료제는 아직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은 치매 가운데 가장 큰 비중(70~80%)을 차지하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진단에는 환자의 가족이나 친구가 설명하는 환자의 일상생활에 가장 많이 의존한다고 밝혔다. 그다음에야 환자의 기억력과 사고력을 검사해 치매를 진단하게 된다.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검사는 다른 잠재적 원인을 배제하거나 치매와 비슷한 다른 질병과 구별하는 정도에 그친다.
치매를 확실히 진단하는 방법은 사망한 환자의 뇌를 현미경으로 검사해 치매를 일으키는 이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를 사후에 진단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치매 조기 진단법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치매 영상 진단법 가운데 ‘아밀로이드 양전자 단층촬영(PET)’ 검사는 검사를 받는 사람의 뇌 척수액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에서 발견되는 이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와 인산화타우(p-Tau), 총타우(t-Tau) 침착물을 측정해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진단법은 연구용에 불과하고, 치매 증상이 아주 비정상적이거나 초기일 때 쓰인다. 이들 영상 진단을 주기적으로 받으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침습적인 것이 단점이다.
이에 따라 많은 과학자가 뇌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징후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의 경우 치매 가족력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치매 조기 진단에 적합하지 않다. 혈액검사 등 체액을 이용한 검사는 아직 진단 정확도가 낮지만 이를 높인다면 조기 진단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혈액으로 아밀로이드-베타를 검사하는 방법이 치매를 조기에 알아내기 위한 진단법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아밀로이드-베타 검사법을 치매 조기 발견을 위한 검사법으로 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이런 검사법이 개발돼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실 치매를 조기 진단한다 해도 치료제와 예방약이 없으면 병에 대한 걱정만 커져 삶의 질이 더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에 쓰이는 약은 기억 증상 및 인지 변화를 잠시 늦추는 정도다. 두 가지 종류의 약물이 쓰이고 있다. 하나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뇌에서 고갈되는 화학 메신저를 보존함으로써 세포 간 의사소통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환자에서 증상이 약간 호전된다. 두 번째 약물은 다른 뇌 세포 통신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며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들 두 약물은 신경세포가 어느 정도 살아 있을 때 효과가 있기에 치매가 중증으로 진행됐을 때에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치매의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평생의 연마저 끊어버리게 만들어 천형(天刑)처럼 여겨지는 치매의 치료제가 빨리 개발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