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늘어지는 초과근무에 일과 생활 구분 필요
집중 못하는 재택 대신 호텔 찾는 직장인 늘어나
?업무 이후 휴식 즐길 수 있어 '호캉스'처럼 인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업무와 개인 생활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일쑤다. 집에서 일하다 보면 업무 시간이 늘어져 초과 근무를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식사도 거르게 되는 날이 이어진다.
그래서 재택근무도 진화하고 있다. 개인 시간을 확실히 지키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꼭 지키고,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데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하면 내 사생활을 지킬 수 있을까.
재택근무의 진화...집에서 일과 사생활 '단절'하기
재택근무의 가장 큰 문제는 업무가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새 젊은 독일 재택근무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가 바로 자유시간을 뜻하는 'Feierabend'이다. '축제(Feier)'와 '저녁(Abend)'를 합성한 말로, 통상적으로 업무를 끝내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영국에 사는 독일인 진 게리엔(31)은 최근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재택근무 동안 일과 개인 생활 사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졌다"면서 하루 중 일과 여가 시간을 분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선택한 건 아침 운동이다. 그것도 매우 격렬한. 게리엔은 아침에 일어나 명상과 운동, 스트레칭 등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 이유가 흥미롭다. "저녁이 되면 정해진 시간에 배가 고파지도록 훈련"하는 것이라고.
배고픔이 엄습해오면 노트북을 닫고 일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 업무와 생활을 단절하는, 그 전환의 방법을 아침 운동과 배고픔에서 찾은 셈이다.
독일의 연방산업안전보건원 연구정책 고문인 닐스 백하우스(34)는 '가짜 퇴근'을 하며 업무와 단절하고 있다. 재택근무로 하루종일 집 안에 갇혀 있다시피 하지만, 업무가 끝나면 칼같이 경주용 자전거를 타고 강을 따라 달린다. 이 길은 그가 회사에서 퇴근할 때 다니던 곳이다. 이렇게 퇴근 아닌 퇴근을 해야 업무와 사생활이 분리된다고.
백하우스는 "경계가 흐릿해지면 업무 시간이 초과되고 비정상적인 근무로 이어진다"며 "그렇게 되면 사생활에서도 만족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주 간단하게 업무와 생활을 단절하는 방법도 조언했다.
옷차림의 변화로도 단절을 도모할 수 있다. 집에서 업무시간 동안에는 출근 복장을 입고, 일이 끝나면 편안한 홈웨어로 갈아입는 것이다. 그는 "이런 간단한 것 조차도 당신의 마음이 업무의 '온'에서 '오프'로 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과 휴식을 한 번에...호텔로 향하는 직장인들
30대 직장인 이선영(가명)씨는 지난해 7월부터 일주일에 이틀을 재택근무한다. 하지만 집에서는 업무에 집중할 수 없어 간혹 호텔에서 '재텔근무'도 하고 있다. 조용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일을 하고, 업무가 끝나면 '호캉스'하듯 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코로나로 인해 호텔도 직격탄을 맞으면서 객실을 작은 업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호텔들은 재택근무 직장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일찌감치 오전부터 오후까지 당일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꺼내들었다.
이씨도 오전 8시~오후 7시까지 머물 수 있는 호텔에서 업무를 봤다. 가격은 10만원 안팎. 숙박은 하지 않기 때문에 호텔들은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거나,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이 있는 경우 무료 이용 혜택을 포함시키는 등 다양한 옵션을 구성했다.
최근에는 재택근무 기간을 연장하는 회사가 늘면서 장기간 재텔근무를 원하는 직장인도 많아졌다. 이로 인해 호텔들은 하루 패키지가 아닌 장기간 투숙 상품을 쏙쏙 내놓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5성급 호텔은 하루 숙박 이용료가 20만원대이지만, 7박 연속 숙박시 100만원으로 가격을 낮춰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레지던스 호텔에 장기간 머무는 경우도 있다. 음식을 해먹을 수 있고, 하루종일 객실에 머물 수 있기 때문에 활동이 자유롭다. 숙박비가 10만원 미만인 곳이 적지 않다.
해외라고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호텔들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침대를 호화로운 책상과 안락한 의자로 교체하고, 소음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일할 수 있는 그림같은 사무실로 탈바꿈했다.
미국의 호텔들은 업무를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루프탑 테라스나 정원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업무 후 활동에도 주목했다. 맨해튼에 있는 한 호텔은 하루 이용권 250달러(약 27만원)으로 오래된 참나무 바닥을 갖춘 개인 사무실 같은 스위트룸에서 일할 수 있고, 호텔 꼭대기 테라스 이용과 룸서비스까지 이용할 있다.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호텔은 하루 숙박료 129달러(약 14만원)에 편안한 책상과 의자를 들인 곳에 인쇄 공간까지 마련했으며, 정원 테라스와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영국의 한 호텔은 좀더 세심하다. 가격은 700달러대로 높지만, 화상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아이를 돌봐주는 전문 도우미까지 있다. 업무가 끝나면 스파와 사우나 등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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