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0.5%에 머물렀다. 물가가 지난해(0.4%)에 이어 2년 연속 0%대 상승에 그친 건 사상 처음이다.
올해 낮은 물가는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내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저물가 추세를 벗어날지 장담하기는 힘들다. 계속되는 성장 위축에다, 디지털화로 대변되는 경제구조 변화가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도 고물가를 낮추기 보다는 낮은 물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높이는 데 맞춰진지 오래다.
2년째 0%대, 사상 초유 저물가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2(2015년=100 기준)로 1년 전보다 0.5% 상승했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 0.4%에 이어 2년 연속 0%대를 기록한 것인데,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계절적 요인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더 낮았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0.7% 상승했는데, 1999년(0.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수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0.7%) 보다 낮은 것으로, 1999년(-0.2%) 이후 최저다.
물가 누른건 유가·서비스물가
저물가는 우리 경제에 낯선 일이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0%대였던 건, 유가가 급락했던 2015년(0.7%),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0.8%)을 포함해 네 차례에 불과하다.
올해 물가를 누른 건 코로나19였다. 전 세계 생산, 무역이 위축되면서 기름값이 큰 폭으로 빠졌고, 사람들의 대면 소통이 줄어들면서 국내 서비스업도 위축됐다.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5.7%)보다 더 큰 폭(-7.3%)으로 빠졌다. 올해 물가지수를 약 0.3%포인트 가량 하락시킨 효과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1.2% 상승하는 데 그쳤는데 2012년(1.1%) 이후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외식 물가는 지난해 1.9%에서 올해 0.8%까지 떨어졌는데, 외식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2000년(0.8%) 이후 20년만이다.
복지 정책도 저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공공서비스 요금은 지난해 0.5% 하락한 데 이어 올해는 1.9% 더 하락했다. 전기ㆍ수도ㆍ가스 요금도 올 들어 1.4% 하락했다. 고교 무상교육이 지속 확대되고,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으로 통신비를 지원한 영향이다.
저물가, 고착화될까
소비자물가는 2012년 마지막으로 2%대(2.2%)를 기록한 뒤, 한 차례도 2%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에도 한참 못 미친다.
정부나 주요 연구기관은 내년 물가도 올해보다 크게 높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정부 전망(1.1%)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한은(1.0%)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7%에 그치며 3년 연속 0%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발간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자료에서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성장 경로, 물가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디지털 경제 가속화 등 경제 구조 변화가 물가의 추세적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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