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낯선 모습이네요”
정동근(25ㆍKB손해보험)은 30일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오며 이렇게 말했다. 수훈 선수로 인터뷰에 나선 것도 오랜만이었고 V리그 일정상 3라운드를 마치고 반환점을 돈 이날 팀이 리그 선두에 오른 상황도 익숙하지 않았다.
KB손해보험은 30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V리그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3-0(25-18 25-22 25-17)으로 완승을 거두며 리그 1위로 올라섰다. 팀의 주포 노우모리 케이타(19)가 35득점에 공격성공률 57.1%로 확실하게 살아났고 김정호도 10득점(56.3%)하며 힘을 보탰지만 이날 더 눈에 띈 것은 정동근이었다. 정동근은 이날 9점에 공격점유율은 10.8%에 그쳤지만, 공격 성공률은 88.9%, 공격 효율도 88.9%에 달할 정도로 순도 높은 알짜배기 득점을 올렸다. 공격할 때 실책도 없었고 상대 블로킹에도 걸리지 않으며, 공격 기회가 왔을 때 착실하게 점수를 올렸다는 뜻이다.
정동근은 “(팀이 1위인)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하다”면서 “하지만 부담감은 별로 없다. 다만 이 자리를 계속 지켰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말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예년과 확 달라진 팀 분위기에 대해서는 “물론 케이타의 흥 넘치는 세리머니 효과가 크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코치진, 그리고 경기에 뛰지 않는 선수들도 웜업 존에서 한마음으로 파이팅을 외친다”면서 “그래서 코트 위 선수들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선순환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허리 부상으로 올 시즌에는 조금 늦게 합류했지만 2라운드 중반부터 꾸준히 선발 출전해 공격성공률 53.1%에 리시브효율 27.5%로 ‘제2 레프트’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이상열 감독도 “블로킹도 좋고 공격 센스도 있다”면서 “고질병인 허리 상태만 괜찮아지면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정동근은 “어느덧 팀 내에서 후배가 아닌 중간 역할을 하는 위치가 됐다. 더 크게 파이팅하면서 팀을 끌고 가야 하는 위치가 되다 보니 책임감이 더 늘었고 이것이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15년 삼성화재에 입단(전체 6순위), 군 복무중이던 2018년 6월 한국전력을 잠시 거쳤다가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팀 동료인 김정호(24) 역시 비슷한 시기에 삼성화재에서 KB손해보험으로 옮겼다. 하지만 김정호가 팀의 주전 레프트로 자리매김한 사이 정동근은 부상 등으로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주춤했다. 정동근은 “부상도 모두 제 잘못이다. 기회가 오면 잡는 게 프로고 (김)정호는 잘 잡았다”면서 “(김정호는)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다. 안될 때 서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에도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31경기(97세트)에서 131득점(43.5%) 리시브효율 33.6%로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실책이었다. 유독 결정적인 팽팽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실책을 저지르며 경기 흐름이 내주는 장면이 이어졌다. 정동근은 “실책 하나하나 기억이 다 난다. 잘했던 순간보다 못했던 순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면서 “가끔 당시 상황이 확 떠올라 힘들 때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지만 자책할수록 또 실수는 되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털어버리려고 노력한다. 동료들이 도와줘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절반이 지난 올 시즌을 돌아보며 정동근은 “시즌 전 부상 등 다사다난했다. 내년에는 부상 없이 개인 실력을 더 끌어올리겠다”면서 “무엇보다 팀 성적이 중요하다. 꼭 봄배구에 진출해 코로나19 걱정 없이 팬들 앞에서 배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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