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유럽연합(EU)이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2014년 협상이 시작된 지 약 7년만이다. 이에 따라 유럽은 중국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중국은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게 됐다. 미국의 대중국 고립전략은 일정 부분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화상회의를 열고 7년간 협의해 온 포괄적 투자 협정을 마무리 지었다.
시 주석은 이날 회의에서 “중국과 EU의 투자협정은 양측이 더 큰 시장에 접근하고, 더 높은 수준의 사업환경과 강력한 제도적 보장 속에 협력을 가속화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협상을 "보다 균형잡힌 무역과 사업 기회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EU는 2014년 1월 첫 협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여 차례 협상을 이어왔다. 최근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신장 위구르 지역 강제노동 문제를 두고는 중국이 강제 노동 금지 등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정 체결로 유럽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보다 더 유리한 투자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됐다. EU는 이미 높은 수준의 대외 투자 개방도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협정은 EU가 중국에서 투자 혜택을 더 누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럽 기업들은 앞으로 통신, 금융, 전기차, 민간병원, 부동산 해운ㆍ항공 등 분야에서 중국 내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EU에 경제적으로 통 큰 양보를 하는 대신, ‘미국의 대중 포위망 돌파’라는 외교적 성과를 얻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출범 이후 EU 등 핵심 동맹국들과 공동 전선을 구축해 중국을 압박하려고 했는데, 이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반면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 미국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의 중국 전문가인 노아 바킨은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승자는 베이징”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유럽 기업에는 큰 기회를 열어줄 수 있지만 미국 행정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협정이 타결돼도 일부 국가는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최종적으로 유럽 의회 승인까지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발효까진 험로가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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