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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잠재적 위험 시설… 대비 시스템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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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잠재적 위험 시설… 대비 시스템은 없었다"

입력
2020.12.3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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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교정시설서 감염 잇따라 발생?
"감염 취약한데..." 집단감염 대비책 미비?
방역수칙 '기본'인 마스크 지급도 안 돼
분리·분산수용 나섰지만 '감염 확산'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30일 구치소 관계자들이 방호복이 담긴 박스를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30일 구치소 관계자들이 방호복이 담긴 박스를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서울동부구치소에서 800명에 육박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고, 수용자들이 이감된 다른 지역 교정시설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국가가 관리하는 집단시설인 교정시설마저 방역에 취약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기관마저 집단감염 대비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국 교정시설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전일 대비 37명 늘어난 837명(직원 39명, 수용자ㆍ출소자 798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총 792명(직원 21명, 수용자·출소자 771명)에 달했다.

문제는 교정당국이 ‘집단감염’ 사태가 터진 동부구치소 내 수감자들을 분리ㆍ분산 수용 차원에서 다른 교정시설로 이감하면서, 오히려 코로나19가 번지는 징후마저 보인다는 점이다. 경북북부제2교도소(청송교도소)에서만 34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서울남부교도소(16명)와 강원북부교도소(1명)에서도 확진자가 각각 나왔다. 동부구치소가 이날 직원과 수용자 1,830여명을 대상으로 4차 전수 조사도 실시했지만, 지금과 같은 대처만으로 ‘완벽한 통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당국이 만반의 대비 시스템을 마련해 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 2월 경북북부제2교도소에서 교도관이 처음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김천소년교도소 △김천교도소 △대구구치소 △포항교도소 △광주교도소 등에서 직원 또는 수용자의 감염 사례가 잇따랐는데도,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등 해외에서도 교정시설 집단발생이 계속 문제가 됐고, 이달 중 수도권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있었는데도 제대로 된 예방 관리 매뉴얼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를 태운 버스가 28일 오후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 제2교도소로 향하고 있다. 청송=뉴스1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를 태운 버스가 28일 오후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 제2교도소로 향하고 있다. 청송=뉴스1

‘방역의 기초’나 다름없는 마스크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힌다. 법무부는 “확진자 발생 기관은 전체 수용자에게 KF94 마스크를 지급하고, 나머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기관은 수용자가 외부로 나갈 때 KF94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전국 7만여명에 이르는 수용자와 교정공무원에게 KF94 마스크를 지급할 경우, 하루 최대 9,800만원이 소요된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그러나 또 다른 감염병 전문가는 “체온 확인,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가장 기초적인 방역수칙이 고위험시설인 교도소ㆍ구치소에서 지켜지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뒤늦은 전수조사로 확진자가 쏟아지자 동부구치소 수용자를 분리ㆍ분산수용하기로 한 대책도 ‘사후약방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외려 다른 지역으로 감염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전병율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꺼번에 감염자가 늘어나 대책을 강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사태에 대비해 정기적인 샘플 검사 등 선제적인 예방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지환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로선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의 밀도를 낮추는 게 우선이겠지만, 결국 관건은 이감된 수용자들이 얼마나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느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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