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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송 작가인데 왜 우리는 고용보험 대상이 아니죠"

입력
2020.12.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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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보도국 작가 123명 설문
주 5일 이상 근무 83%, 주 40시간 이상 49% 달해
"상근해도 프리랜서 계약돼 노동권 박탈"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방송사의 보도국 작가들 대부분이 주 5일 이상 방송사에 출근하고 주 40시간 이상 일하며 상근하지만 프리랜서로 계약하는 등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를 통해 노동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연일 보도하면서 정작 보도국 내에서 자신의 권리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작가노조)는 10일부터 16일까지 조합원과 비조합원, 전국의 방송사 보도국 근무 작가 123명을 상대로 '보도국 작가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출퇴근 관련 사항' '업무지시감독' '업무의 내용' 및 '계약의 형태' 등의 질문으로 구성됐다.

먼저 주로 뉴스를 다루는 보도국 작가들 대부분이 상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 결과에 따르면 보도국 작가 83%가 주 5일 이상 방송사에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다는 응답은 93.5%에 달했다.

보도국 작가들이 가장 많은 일하는 방송사는 종편(43.1%)이었고, 지상파 방송(36.6%), 보도전문채널(9.8%)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보도국 작가들이 가장 많은 일하는 방송사는 종편(43.1%)이었고, 지상파 방송(36.6%), 보도전문채널(9.8%)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또 보도국 작가 절반인 49%가 주 40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작가 개인의 자율적 의사에 의해 업무시간을 결정한다"는 답변은 7.3%에 불과했다. 작가노조는 "그런데도 작가들이 체결한 계약서는 프리랜서 계약인 '업무위탁계약서'와 '집필표준계약서'가 대분분이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보도국 작가 10명 중 8명 이상이 '정규직 사원과 동일한 장소, 지정된 본인의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으나 방송사에서 개인 PC를 지급하는 경우는 10명 중 4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6명 이상은 회사 공용 PC를 사용하거나 개인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가 노조는 "결국 상근은 시키되 PC는 지급하지 않는 불합리한 노동 조건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보도국 작가들 중 주 4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자가 49%에 달했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보도국 작가들 중 주 4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자가 49%에 달했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또한 보도국 작가들을 프리랜서라고 분류하면서도 실제로는 사내 업무망에 접근해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노조에 따르면 보도국의 경우 방송사별로 '보도정보시스템'을 사용해 뉴스 콘텐츠를 관리하는데, 보도국 작가 4명 중 3명은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2명 중 1명꼴로 관련 시스템의 아이디를 갖고 있었다고 응답했다.

프리랜서로 계약해 일하지만 휴가나 병가 등도 회사 정규직 간부에게 허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된 업무지시자는 누구이며, 휴가나 병가, 조퇴 등을 할 경우 허락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기자, PD, CP, 앵커, 데스크, 팀장, 부장 등의 회사 정규직"이라고 말한 답변이 90%나 됐다.

재택근무가 허용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체로 허용되지 않는다(41.5%)'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41.5%)'로 같은 수치가 나왔다. 모두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음이 83%로 집계됐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재택근무가 허용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체로 허용되지 않는다(41.5%)'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41.5%)'로 같은 수치가 나왔다. 모두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음이 83%로 집계됐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작가 고유의 업무 이외의 일까지 떠맡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조사에 따르면 '출연자 섭외 및 원고작성' 등 작가 고유의 업무 이외에 '출연자 의전-장소 안내, 음료 제공' 등의 업무가 72.4%에 달했고,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협조 공문 작성이 62.6%, 출연자 출연료 정산 및 주차 관리 등이 51.2%, 생방송 자막 송출 47.2%, 기자 업무 보조 35%, 촬영 동행 22.8% 등 순이었다.

사실상 보도국 프로그램 제작 및 행정까지도 작가가 관여한 것이다.

정부 '예술인고용보험' 시행...보도국 방송작가는 제외

예술인 고용보험이 시행된 10일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예술인 고용보험센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추산하는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인원은 약 7만명이다. 뉴스1

예술인 고용보험이 시행된 10일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예술인 고용보험센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추산하는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인원은 약 7만명이다. 뉴스1

하지만 작가노조는 보도국 작가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프리랜서로 계약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정책 등이 보도국 작가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10일 '예술인 고용보험'을 시행하면서 방송작가 직군을 예술인의 범주로 인정하고 고용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보도 분야는 예술의 범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보도국 작가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6월 MBC 아침뉴스 '뉴스투데이'에서 2010년부터 10년간 일한 두 명의 작가가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서울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모두 각하됐다.

지노위는 이들 작가들이 근로계약서가 아닌 업무위임계약서를 쓰고, 일반 직원 채용 절차로 뽑히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근거를 들어 각하했다.

이들 작가들은 MBC 보도국으로 출근해 국장 등에게 구체적 지시를 받으며 업무했다고 주장했지만, 지노위는 이들이 종속이 아닌 협력관계로 봤다. 작가들은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결국 예술인 고용보험 제외와 노동위원회의 근로자성 각하 등으로 보도국 소속 작가들은 예술인도 노동자도 아닌 상황에 놓이게 된 형국이다. 원진주 작가노조 지부장은 "보도국 작가는 방송작가 중에서도 노동자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지만, 프리랜서로 위장 채용돼 마땅히 누려야 할 노동권을 박탈당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보도국 작가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해 노동환경 개선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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