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의 80%는 산둥성 마을이 주도
한국 김치부족 사태는 좋은 사업기회"
환구시보 '김치 도발'에 자매지도 가세
중국 매체가 한국의 ‘김치’를 향해 또다시 시비를 걸었다. 한국이 수입하는 김치의 90%는 중국산이라며 으스대는 한편, 김치를 수출하는 중국 농가가 한국 가정의 식탁과 요식업을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30일 “한국이 수입하는 김치의 90% 가량은 중국에서 만든 것”이라며 “이중 80%를 중국의 한 작은 마을이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띄우기에 나선 동네는 산둥성 핑두시 런자오현으로, 이 마을을 ‘중국 최고의 김치 마을’이라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재배업자들이 한국의 기후 조건에 맞춰 배추 재배량까지 면밀히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하며 배추 재배뿐만 아니라 김치 가공 공장들까지 대규모로 조성돼있다고 선전했다.
마치 중국의 일개 지방에서 한국 전통 음식 김치의 수급을 좌우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인터뷰에 응한 지역 주민은 지난 10월 한국의 배추 가격 폭등에 따른 ‘김치 대란’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김치 부족 사태는 내게 훌륭한 사업 기회”라고 말했다. 한국의 김치 수요 급등으로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한국이 수입한 중국산 김치는 17만7,000톤에 달한다.
글로벌타임스는 이 마을의 상황을 소개하면서 “이와 같은 성장세는 중국 김치가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국의 요식업계를 장악할 뿐만 아니라 한국 가정의 식탁으로도 진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김치 국제표준을 둘러싼 한중 양국의 갈등을 슬쩍 끼워 넣었다. 중국이 자국 김치 제조법을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에 맞춰 제정하자 한국에서 “김치 문화를 훔쳤다”고 반발해 논쟁이 일었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지난달 29일 중국이 김치 산업의 6개 식품 국제표준을 제정했다면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이 표준으로 제정한 것은 김치가 아닌 쓰촨성의 염장채소인 파오차이(泡菜)에 불과했다. 한국의 김치는 앞서 2001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이미 국제 표준으로 정해진바 있다. 중국이 뒷북을 치며 억지주장을 편 셈이다.
다만 중국 최대 검색 포털사이트인 바이두가 한국 김치를 여전히 파오차이로 소개하는 등 '김치 기원'을 둘러싼 한중 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의 영자 자매지다. 논조가 별반 다를 바 없는 중국의 두 매체가 잇따라 한국의 김치를 향해 도발하며 양국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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