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 접종 가시화… 화이자와 쌍두 마차
?EU 당국은 "아스트라 자료 불충분" 지적
영국 정부가 자국 제약업체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승인은 영국이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해당 백신은 내년 2, 3월에 코로나19 백신 중 맨 먼저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제품이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아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 승인 여부를 판단하기에 이르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영국 보건부는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승인 권고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앞서 현지 언론들이 보도한 대로 이르면 다음 달 4일부터 백신이 보급될 전망이다. 26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승인되면 이미 접종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83개 병원과 400개 의원에서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과 함께 사용될 전망이며, 접종 가능한 장소 200여곳이 추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함께 접종 중인 미국처럼 영국에서도 ‘백신 쌍두 마차’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 소식은 조만간 또 들릴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의약품 규제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면 자국도 곧바로 백신의 안전성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인도 정부가 밝혀 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이 탈퇴한 EU는 서두르지 않는 기색이다.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EU 당국과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다. 노엘 와션 유럽의약품청(EMA) 부청장은 29일 벨기에 일간 헤트 뉴스블라드에 “내년 1월 중 EU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보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아직 우리에게 백신 판매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업체가 지금까지 제공한 백신 품질 관련 정보가 판매 승인을 내주기에 충분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 만큼 당분간 EU 회원국 중에는 미국과 독일에서 생산되는 화이자 백신이 독주할 듯하다. 실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9일 트위터에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 백신 1억회분을 추가 주문하기로 했다”며 “이로써 우리는 안전한 데다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 백신 3억회분을 확보하게 됐다”고 썼다.
미국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전 중이다. 아직 미국 내 3상 임상 시험도 끝내지 못했다. 9월 임상 시험 진행 도중 주요 정보를 늑장 보고하는 바람에 미 당국의 불신을 샀고 일정이 미뤄졌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3상이 끝나야 승인 심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백신 도입을 서두르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 불편한 소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정부가 1,000만명분 선(先)구매 계약을 맺고 이르면 내년 2월쯤 처음 들여오기로 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백신 사용 승인은 정부가 재량껏 결정할 일이지만, FDA나 EMA가 승인하지 않은 백신을 먼저 승인하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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