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도 무죄
"자유로운 의견표명, 규제 최소화해야"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하며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광훈(64)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허선아)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가 유무죄 판단의 기준이었다면서 “표현의 자유가 숨 쉴 공간을 줄 수 있도록 법은 엄격하게 제한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올해 4· 15 총선 이전인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해 1월 말까지 광화문광장 집회와 기도회에서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자유 우파 정당을 지지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미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형이 확정돼 선거권이 박탈된 상태인 전 목사의 이러한 행위는 ‘선거권 없는 자의 선거운동’인 데다, 사전선거운동에도 해당한다고 보고 그를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전 목사가 자유우파 정당 지지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이를 ‘선거운동’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특정한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낙선을 도모하는 행위인데, 전 목사 발언엔 ‘특정 후보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자의 존재를 전제로 함이 분명하다”며 “이와 달리 해석할 경우 정당 지지·반대 발언에 대한 규제의 영역이 지나치게 확장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영역을 엄격히 제한하지 않는다면 정당 지지에 관한 국민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이 언제든 위법한 선거운동에 해당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헌법 정신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또 지난해 10월과 12월 집회에선 “대통령은 간첩”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취지로 언급해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전 목사 측은 해당 발언들이 ‘허위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항변해 왔다.
재판부도 “(전 목사의 발언들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이념을 비판하는 의견 표명이거나 수사학적 과장으로 보일 뿐 사실 적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 모두에 대해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됐던 전 목사는 지난 4월 수감된 지 56일 만에 보석으로 한 차례 풀려났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도 8·15 광화문 집회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 치료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후 보석이 취소된 전 목사는 9월부터 재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아 왔다.
이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전 목사는 또 다른 사건과 관련해 별도 재판도 받아야 한다. 지난 10월 검찰은 그를 탈법방법 문서배부 및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올해 1월 보수집회에서 특정 정당을 비난하고, 자신의 주도로 창당할 신당(기독자유당)의 지지를 호소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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