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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시장, 극단선택까지 50시간 무슨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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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시장, 극단선택까지 50시간 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20.12.30 10:51
수정
2020.12.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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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대표가 국회의원에 사실 전달
국회의원이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알려
"불미스런 일 없다"던 朴 "문제 소지 있다"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 될 것이란 사실을 처음 접한 7월 7일 오후 2시쯤부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같은 달 9일 오후까지 50여시간 동안의 행적이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박 전 시장은 애초 "불미스런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으나,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7일, 김재련 변호사가 시민단체에 도움 요청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씨는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와 박 전 시장 고소에 대해 논의했고, 김 변호사는 7월 7일 오후 2시2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박 전 시장 고소장 접수에 대한 전화 면담을 가졌다. 그 후 오후 2시37분쯤, 김 변호사는 여성시민단체 대표 C씨에게 박 전 시장을 고소할 것이라고 알리며 지원을 요청했다.

같은 날 오후 8시31분부터 58분까지, C씨는 비슷한 사안에서 공동대응한 경험이 있는 다른 시민단체 대표 F씨와 수차례 통화했다. 박 전 시장 고소 예정 사실을 알게 된 F씨는 다음날인 8일 오전 10시18분, 같은 시민단체 공동대표인 D씨와 통화를 해 이 사실을 알렸다.

8일, 시민단체→국회의원→젠더특보... 박 전 시장은 '부인'

D씨는 오전10시31분쯤 국회의원 E씨와 통화했다. 이후 E씨는 임 특보에게 즉시 전화해 "박 전 시장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E씨와의 전화를 끝낸 임 특보는 바로 C씨에게 전화해 내용 확인을 시도했지만 C씨는 "어떻게 알았냐"며 함구로 일관했다.

임 특보는 결국 오후 12시21분쯤 D씨와의 전화를 통해 "여성단체가 김재련 변호사와 접촉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임 특보는 오후 3시 박 전 시장과 독대하고 "시장님과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 있으시냐"고 물었다. 박 전 시장이 "그런 것 없다"고 대답하자 임 특보는 재차 "4월 성폭행 사건 후 A씨와 연락한 사실이 있냐'고 묻자 박 전 시장은 "없다"며 계속 사실을 부인했다.

8일 밤, 공관에 주요 인물 불러 모은 박 전 시장 "문제 소지 있다"

같은 날 오후 8시30분이 되자 박 전 시장은 임 특보에 전화를 해 비서실장 B씨 및 기획 비서관 등을 공관으로 오후 11시까지 불러 모았다. 임 특보는 공관으로 가기 직전까지도 C씨에게 전화해 "무슨 일이냐, 알려 달라"고 물었지만 박 전 시장 피소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할 수 없었다.

B씨가 불참한 가운데, 오후 11시 공관에서 박 전 시장은 임 특보와 기획 비서관을 만났다. 임 특보는 "E씨로부터 시장님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전화를 받고, C와 D에게 연락했는데 안 알려준다"는 취지로 말했고, 박 전 시장은 그제야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날인 오전 5시13분쯤 임 특보는 B씨에게 전화로 전날 공관에서 박 전 시장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 이날 임 특보는 C씨와 계속 연락을 하며 기자회견, 법적 조치 여부 등을 물었으나 C씨는 "이제 내가 관련인이 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9일 오전, 박 전 시장 "모든 것 혼자 감당 어렵다"며 자취 감춰"

같은날 오전 9시15분이 돼서야 박 전 시장은 공관에서 B씨와 독대했다. 박 전 시장은 이 때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며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은 "그쪽에서 고발할 것이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오전10시 44분, 박 전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만을 남기고 공관을 나와 오후 1시 24분쯤 텔레그램으로 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 후 박 전 시장은 B씨와 통화하며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후 오후3시39분쯤 박 전 시장 휴대폰 신호가 끊겼으며, 다음날 서울 북악산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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