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한국문학은 이상문학상의 불공정 계약 관행에 대한 작가들의 고발과 수상 거부로 한 해를 시작했다. 윤이형 소설가의 절필 선언으로까지 이어진 이상문학상 사태는 한국문학을 애정으로 지켜온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7월에는 김봉곤 작가의 소설 ‘여름, 스피드’가 지인과의 대화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관련 도서를 낸 출판사들의 사과와 절판 조치 등이 잇따랐다. 오토픽션과 인용 윤리 등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남기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또한 많은 이들이 상처 입었다.
여러 ‘논란’과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학은 동시에 여느 때보다 다채롭고 풍성한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교보문고의 한국소설 판매량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선으로부터’ 등 베스트셀러 소설도 여럿 탄생했다.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아몬드’는 아시아 지역 소설 최초로 2020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했고 김이듬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아’는 전미번역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작가들의 해외 활약 소식도 연일 전해졌다. 2021년에도 이 기세를 이어갈, 주요 문학 출간 예정작을 키워드별로 정리해봤다.
2021년에도 SF열풍은 계속된다
2020년 한국문학을 이끈 것은 단연 SF열풍이었다. 2021년에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열풍의 선두에 서 있는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이 3월에 정식 출간된다. 앞서 지난 10월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통해 공개되긴 했지만, 해당 플랫폼의 유료 이용자들에게만 선보인 것이라 서점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다. 김초엽 작가는 마음산책의 ‘짧은 소설’ 시리즈를 통해서도 독자와 만난다. 천선란, 박해울, 오정연, 이루카, 박문영 등 여성 SF 작가 5인이 ‘여성’과 ‘행성’을 주제로 쓴 중?단편 SF 모음집(허블)도 독자를 찾을 예정이다.
신경숙 복귀작과 거장의 금의환향
2015년 표절 시비로 문단을 떠났던 신경숙 작가는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를 통해 공식 복귀한다. 지난해 상반기 창작과비평 웹매거진에 연재했던 것을 엮은 것으로, 2013년 짧은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낸 이후 8년만의 신작이다.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는 5년 만의 신작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를 출간한다. 프랑스, 독일 등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북미와 유럽에 ‘K스릴러’ 열풍을 일으킨 김언수 작가 역시 원양어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드라마를 다룬 신작 장편 ‘빅아이’(문학동네)로 국내 독자를 다시 찾는다. 두 작품 모두 지난해 출간 예정이었으나 올해로 연기됐다. 정유정 작가의 ‘완벽한 행복’(은행나무), 이승우 작가의 ‘이국에서’(은행나무), 성석제 작가의 '토끼의 우주'(해냄), 구효서 작가의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해냄)등 국내 대표 작가들의 신작도 준비돼 있다.
한국문학의 젊은 피
‘82년생 김지영’으로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조남주 작가는 상반기 출간될 신작 소설집 ‘오기’(민음사)를 통해 ‘82년생 김지영’에 쏟아진 질문들에 답할 예정이다. 최은영, 장류진, 박상영 등 개성 넘치는 단편소설들로 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젊은 작가들은 첫 장편소설로 독자와 만날 계획이다. 강화길, 김금희, 김성중, 김혜진, 박서련, 박솔뫼 등 한국문학의 최전선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 중인 젊은 작가들 역시 신작으로 돌아온다.
제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인 현호정 작가의 ‘단명소녀 투쟁기’(사계절)도 7월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예정이다. 진지한 문제의식과 독보적인 글쓰기로 한국 문학에 한 획을 긋고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박지리 작가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문학상의 첫 수상작이다.
도스토예프스키 200주년과 주목할만한 해외문학
2021년은 도스토예프스키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200주년을 맞아 출판사 열린책들은 도스토예프스키 대표작들을 새롭게 단장해 선보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과 가즈오 이시구로는 각각 팬데믹을 소재로 쓴 신작 ‘페스트의 밤’(민음사),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교감을 그린 소설 ‘클라라의 태양’(민음사)으로 한국을 찾는다.
1992년 LA폭동이 한인 커뮤니티로 번진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두순자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황금가지)도 국내 번역된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스테프 차는 이 소설로 지난해 LA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