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를 다쳐 뇌와 팔다리를 연결해 주는 척수신경이 손상되면 운동신경이 마비돼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또한 감각신경까지 마비되면서 대소변 조절마저 어려울 수 있다.
이때 척추 손상 부위에 따라 하반신만 마비되거나 상ㆍ하반신 모두 마비될 수 있다. 목를 다쳐 생긴 ‘경수 손상’일 때는 대개 상ㆍ하반신 모두 마비된다. 경수 손상으로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아 보호자 도움 없이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지가 마비돼 움직일 수 없더라도 손과 팔을 조금씩이라도 쓸 수 있다면 식사나 옷 입기와 같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사지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5%의 환자가 다리 기능ㆍ방광 조절ㆍ성 기능 회복보다 손 기능 회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사지마비 환자의 손과 팔 기능을 개선하고자 할 때는 ‘상지재건술’이라는 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수술은 기능이 남아 있는 근육이나 신경을 마비돼 있는 근육으로 옮겨 일상생활에서 더 필요한 근육 기능을 살리는 방법이다. 완벽하게 정상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팔을 뻗거나 물건을 잡는 기능을 통해 전반적인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가 상지재건술을 잘 모르고 있다. 또한 척수 손상을 치료하는 재활의학과ㆍ척추외과ㆍ비뇨의학과 전문의 역시 상지재건술을 잘 알지 못해 선뜻 추천하지 않는다.
이를 개선해 척수 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상지재건술에 대해 이해하고 환자에게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연구진(공현식 교수, 심범진 임상강사)이 상지재건술 지침서를 ‘대한신경손상학회지(Korean Journal of Neurotrauma)’ 지난 10월호에 발표했다.
이 지침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상지재건술 방법으로 ‘팔꿈치 신전재건술’과 ‘열쇠집기 재건술’이 소개됐다. 이 가운데 ‘팔꿈치 신전재건술’은 삼두근이 마비돼 팔꿈치를 힘주어 펼 수 없을 때 팔꿈치를 굽히는 이두근을 사용해 삼두근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연구진은 “이두근을 옮겨도 상완근이 남아 있어서 팔꿈치를 굽히는 기능은 지장이 없으며, 수술 후에는 팔꿈치를 펴고 손을 뻗을 수 있어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손동작도 정교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쇠집기 재건술’은 손목 근육을 강화하고 근육을 재배치해 엄지와 검지로 열쇠를 잡듯이 물건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이다. 물건을 잡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 자신이 도뇨관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 방광의 정상적인 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인 수술이다.
실제로 5년 전 다이빙 사고로 사지가 마비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상지재건술을 받은 양모(30대)씨는 “왼쪽 팔에 두 차례 수술을 받고 6개월 정도 회복기를 지나 지금은 팔을 뻗고 물건도 잡을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내년에는 오른쪽 팔도 수술을 받을 예정인데, 다른 사지마비 환자에게도 상지재건술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고 전했다.
공현식 교수는 “사고 후 힘든 재활을 겪은 환자가 다시 장기간 재활이 필요한 상지재건술 수술을 받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수술로 손과 팔을 쓸 수 있고 기능이 개선될 수 있도록 환자와 의료진이 상지재건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수술을 고려해 볼 것을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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