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택배·온라인 유통사 등 상자 손잡이 도입?예고
구멍 말고도 반접이형 손잡이 등도 가능
상자의 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쇼핑이 늘어나면서 배달 노동자의 활동이 우리의 일상을 유지하는 핵심이 됐지만, 그런 이들이 나르는 무거운 상자는 노동자의 허리에 큰 부담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트와 택배사, 온라인 유통사 등이 상자 손잡이를 올해부터 대거 도입하기로 했다.
"상자 손잡이는 허리 통증 줄여 산업재해 감소 시킬 수 있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7일 "유통, 제조, 택배, 온라인 유통업계와의 합의를 통해 상자 손잡이 설치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택배와 마트 등 대형 유통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상자를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런 상자 손잡이 설치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등 노동계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요구해 온 사항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2019년 6월 마트 노동자 5,1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손ㆍ발목, 허리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 증상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비율은 69.3%에 달했다.
이에 앞서 2011년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행한 '인력에 의한 중량물 취급 특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집계된 요통재해 4,879건 가운데 박스(상자)에서 비롯한 요통 재해가 3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대부분(305건)은 상자를 들다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이 연구원에 의뢰한 '마트노동자 근골격계질환 예방가이드 마련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자에 손잡이를 다는 것은 허리 부하를 약 10% 감소시키고 무게는 최대 7kg 가량 줄이는 생체 역학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손잡이 상자, 얼마나 늘어나나
손잡이가 달린 상자는 이미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일부 사용되고 있다. 이들 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대한 상자 손잡이 설치율은 기존 평균 9%에서 지난해 말 20.6%로 2.3배 확대됐다. 올해에는 평균 82.9%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LG생활건강·CJ제일제당·동원F&B·대상 등 주요 생활용품 제조업체는 노동부와의 협의를 통해 이번 설날 선물세트 상자 127종에 손잡이를 설치하기로 했다. 일반 제품의 상자 손잡이 설치율도 기존 1.6%에서 올해 7.8%로 약 5배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택배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택배사와 온라인 유통사도 손잡이 달기에 동참한다.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택배·로젠택배 등 주요 택배사는 상자 67만개에 손잡이를 설치하기로 했고 쿠팡·SSG·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사도 47만5,000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정사업본부도 11월부터 우체국을 통해 손잡이가 달린 소포 상자를 판매하고 있다.
"벌레 들어간다" 걱정? 다른 손잡이도 가능
상자에 설치할 손잡이 가운데 가장 흔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방식은 현재 마트 상품의 약 30%(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가 차용하고 있는 구멍형 손잡이다. 마트노조도 "즉시 적용할 수 있다"는 편의상의 이유 때문에 주로 구멍형 손잡이의 도입을 요청해 왔다.
이에 업계 일부에선 벌레 등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상자 손잡이 가이드'에 따르면, 상자에 설치할 수 있는 손잡이의 형태는 각 사업장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블록형·서랍형 손잡이 등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멍형 손잡이 가운데서는 이물질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 할때만 꺾어서 쓰는 반접이형 손잡이도 있다.
고용부는 "냉동식품 등 위생상 이유로 손잡이 설치가 어려운 물품은, 갈고리나 진공 빨판 등 보조 도구를 사용해 인체에 부담이 크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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