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1차 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1가구 1주택법, 전세 무기한 연장법, 윤석열 방지법까지, '위험한' 법안들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쏟아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거대 여당의 법안 발의여서 우려가 더 크다. “입법 만능주의에 빠져 법을 정치적 무기로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자, 당 지도부가 공식 기구 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법안심사위원회’ 기능 확대를 제안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 등이 1가구 1주택 원칙을 못 박은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격렬한 비난을 산 직후에 열린 회의였다.
법안심사위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존재가 명시된 기구로, 정책위 전문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위헌성과 과잉 입법 여부 등을 심사한다.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쟁점 법안에 대해서만 법안심사위가 가동됐다.
앞으로는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정책위원회 중심으로 살펴보게 하자는 것이 이 대표의 아이디어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1가구 1주택법'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법안을 신중하게 발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대표 지시 이후 민주당은 법안심사위 세부 운영 방안 검토를 시작했다. 당 관계자는 2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의원 174명의 법안을 모두 사전에 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쟁점 현안에 대한 법안 위주로만 볼 건지, 법안심사위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법안은 어떻게 할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교육 관련 등 민감한 법안에 대해선 법안심사위가 '집중 빨간펜 심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명 한명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활동 폭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서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제안을 들은 김태년 원내대표는 “법안심사위가 의원들의 입법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걱정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오히려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돕는 일”이라는 논리로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의원들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당의 가치나 당 지도부 생각과 맞지 않는 법안엔 제동을 걸겠다는 발상 아니냐”면서 “'차별금지법' 같은 진보적 법안은 나오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의원들이 입법에 몸을 사리면 정부 목소리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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