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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부유세

입력
2020.12.29 18:00
수정
2020.12.29 18:25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8일 서울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기사들이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28일 서울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기사들이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세계의 고민은 코로나19 이후로 방향을 틀고 있다. 무엇보다 빚으로 충당한 코로나 지원금, 엄청난 재정 적자가 문제다. 영국은 아르헨티나처럼 부자들을 대상으로 삼는 분위기다. 부유세위원회는 5년 한시로 부유세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빈부 격차가 확대된 만큼 보편적 증세보다 부자 주머니를 털자는 얘기인데, 부자들의 국외 이탈로 영국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는 반론이 크다.

□ 미국 뉴욕주도 부유세 신설을 경제학자들이 건의했지만 캘리포니아주를 보면 녹록지 않다. 높은 소득세에 부유세까지 물리려 하자 테슬라, HP, 오라클 등이 잇따라 탈(脫) 캘리포니아를 선언했다. 그러자 코로나 대유행으로 돈을 번 기업, 창업자들이 타깃으로 떠올랐다. 미 진보단체 ATF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갑부 651명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1조달러 이상 증가해 4조달러를 넘어섰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부자들이 벌어들인 부의 절반을 세금으로 회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부유세를 부과하면 코로나 의료비는 충당할 수 있다.

□ 문제는 기업가치 증가가 직원들을 헐값 대우한 결과인 경우다. 아마존과 월마트는 전년보다 수익이 56% 증가(107억달러)했는데, 코로나 위험 속에 일한 직원들에게 돌아간 보상금은 임금 6~7% 인상에 불과했다. 코스트코, 베스트바이의 절반에 못 미치는 보상금 덕에 수익이 늘고, 주가도 오른 셈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재산이 1,840억달러로 무려 714억달러 는 배경에 직원들의 고통 전담이 있었다. 국내 코로나 특수도 대형 소매업체, 특히 온라인 기반 기업들에게 상당수 돌아갔다. 전년에 비해 매출이 50% 가까이 늘어나, 만성적자 기업이 기업공개(IPO) 시점을 저울질할 정도다.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의 설문 조사를 보면 이들 업종에서 일하는 배송기사들은 한 달 26일, 주 6일, 하루 11시간 일한다. 코로나 이후 근무시간은 평균 2시간 늘어났다. 과로사 인정 기준인 한 달 주 64시간 이상 노동에 해당된다. 노동의 대가는 지입료, 차량유지비, 보험료를 제외하면 월 300만원가량이다. 마트 노동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코로나 고통 분담만이 아니라 이익 분배의 공정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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