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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동부구치소 확산 막으려면 "음성 환자 관리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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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동부구치소 확산 막으려면 "음성 환자 관리 집중해야"

입력
2020.12.29 22:00
5면
0 0

"동일집단 격리로는 '무증상 잠복기' 못 막아"
동부에서 남부교도소로 이송 16명 확진 판정?
"초기 대응 실패해 방역 대응 만만치 않을 것"
일부 수용자 창문 밖으로 종이에 "살려주세요"?
"매일 전수검사하고, 다른 구치소도 조사해야"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진자가 761명이 발생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이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등 내부의 절박한 상황을 적은 종이를 내보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진자가 761명이 발생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이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등 내부의 절박한 상황을 적은 종이를 내보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정부가 관리하는 교정시설인 서울 동부구치소가 국내 단일시설로 가운데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곳이란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방역당국은 전수검사 실시와 확진자 이감 등 뒤늦게 확산 방지책 마련에 나섰지만, 'N차 감염'이 이미 상당히 진행돼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 골든타임’을 이미 놓친 데다, 확진자 격리에 초점을 둔 추가 대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9일 서울시와 법무부에 따르면 동부구치소는 이날 0시 기준 수용자 233명이 추가돼 양성 환자는 모두 761명으로 늘었다. 기존에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를 제외한 1,689명을 대상으로 지난 27일 3차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추가 확진자 233명은 지난 1ㆍ2차 전수검사에선 음성 판정을 받았던 수감자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며 “구치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폭넓게 확산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동부구치소에서 나온 누적 확진자 761명은 전체 구치소 인원(직원 425명ㆍ수용자 2,419명)의 26.8%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단일시설 기준으론 최다 집단감염 장소로 등극한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감염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며 안일한 구치소 관리와 초기 대응 실패를 대규모 확진자 발생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라고 쓴 종이를 밖으로 보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라고 쓴 종이를 밖으로 보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구치소는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대표적 감염 취약시설로 꼽혔지만, 이곳을 관리ㆍ감독하는 법무부는 수용자들에게 마스크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복도식 아파트처럼 층마다 차례로 배치된 다인실 방에서 헐렁한 덴탈 마스크나 천마스크를 쓰거나, 아예 마스크 없이 지냈다. 수용인원(2,412명ㆍ이달 13일 기준)도 정원(2,070명)보다 16.5% 많아 밀집도가 높았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사람들이 환기도 잘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식사와 운동을 함께 하며 밀접하게 지내다 보니 화를 키웠다는 얘기다. 천은미 교수는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은 대화 시 2.7배, 같은 공간에서 취침 시 7.8배까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최초 확진자(직원)가 나온 뒤에야 수감자에게 바이러스 차단 KF마스크를 배포했고, 수감자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확진자와 접촉자, 비접촉자를 구분해 수용했다. 구치소 확진자 345명은 이달 28일에야 청송 교도소로 이감됐다. 지난 23일에는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수용자 170여명을 서울남부교도소와 경기여주교도소, 강원북부교도소에 나눠보냈다.

전문가들은 동부구치소의 집담감염이 '음성 환자'에 의한 조용한 전파일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까지의 대책으론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남부교도소에선 동부구치소에서 두 차례나 '음성' 판정을 받고 이송된 수용자 중 16명이 집단으로 확진됐다. 전날에도 동부구치소에서 강원북부교도소로 이송된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증식 초기단계에선 진단검사를 실시해도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동일집단 격리는 '무증상 잠복기' 수감자들에 의한 신규 감염을 불러올 수 있는 굉장히 비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교수도 “동부구치소에서 향후 추가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당국의 대응이 허술했다”며 “가능하면 매일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전국의 다른 구치소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실태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 공포에 휩싸인 동부구치소의 일부 수용자들은 이날 취재진을 향해 수건이나 두루마리 휴지를 흔들며 "살려달라"고 외쳤다.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신문·언론·서신 다 차단. 외부 단절. 식사(도시락) 못 먹음' 등을 적은 적은 종이를 창문 밖으로 흔들며 내부의 열악한 상황도 호소했다.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의 한 수용자가 '확진자 한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발송 금지'라고 쓴 종이를 밖으로 보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의 한 수용자가 '확진자 한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발송 금지'라고 쓴 종이를 밖으로 보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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