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시한 12시간 남겨두고 87% 귀항
"생업 포기...감염 확산 멈추기 바랄 뿐"
대게와 오징어를 잡기 위해 동해 북방한계선(NLL)까지 나갔던 경북 포항 구룡포 어민 500여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조업을 중단하고 복귀했다. 대게는 이달 초 6개월간의 금어기가 끝나 조업이 막 시작됐고, 어획량이 줄어 '금징어'라 불리는 오징어는 11~12월이 최대 성어기다. 동해안에서 오징어잡이와 대게 잡이 어선이 가장 많은 구룡포 지역 어민들은 감염 확산 소식에 생업을 포기, 최고 속력이 시속 20㎞에 불과한 어선을 끌고 10시간 넘게 달려와 방역에 협조했다.
29일 포항시와 구룡포수협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까지 구룡포에서 출항한 어선 135척 가운데 117척이 입항했다. 배들은 지난 25~27일 구룡포항을 떠나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간 동해상에서 조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구룡포읍 지역에 감염이 확산돼 포항시가 지난 27일 오후 6시쯤 "29일 자정까지 복귀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특별 행정명령을 발령하자 귀항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선박 18척은 복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종영 포항시 수산진흥과장은 "울릉도에서 어선을 타고 구룡포항까지 오는데도 10시간 넘게 걸린다"며 "겨울은 바다 날씨가 좋지 않아 조업일수가 많지 않은데 어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복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출항한 구룡포 선박 135척 가운데 80여척은 오징어채낚기 어선으로, 북한 수역 바로 아래인 강원 속초와 주문진 사이 특정해역에서 주로 조업한다. 이들은 날씨가 나쁘면 가까운 항구로 피항했다가 오징어를 잡으러 가고, 만선이 돼도 근처 항만 수협에 위판한 뒤 다시 불을 밝혀 길게는 일주일 넘게 돌아오지 않는다.
오징어채낚기 선박 대원호(39톤) 선장 최서한(69)씨는 "선원 11명을 태우고 26일 새벽 출항했는데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지시를 받고는 곧바로 키를 돌려 12시간을 쉬지 않고 왔다"며 "오징어를 거의 못 잡아 200만원이 넘는 기름값도 못 건졌지만 방역에 협조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달 초 조업을 시작한 구룡포지역 대게잡이 어선들도 통상 3박4일간 바다에 머무르지만 어구를 모두 거두고 속속 귀항했다. 동해안 겨울철 특산물인 대게는 구룡포항에서 170㎞가량 떨어진 91해구와 351해구, 352해구가 주 어장으로, 한일 중간수역에 위치한다. 구룡포 대게잡이 배들은 20톤 이상의 대형 선박이 많아 동해안 전체 어획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최일준 구룡포수협 경제상무는 "연중 최대 어획고를 올리는 시기에 감염병이 확산돼 타격이 너무 크다"며 "속히 코로나19를 차단해 안심하고 출항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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