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은 이불 속에서 '랜선 해돋이' 보자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신축년은 이불 속에서 '랜선 해돋이' 보자

입력
2020.12.31 12:00
0 0

28일 해돋이 명소인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대 해수욕장 곳곳에 2021년 신축년 해맞이 행사 취소와 주차금지 등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해 뜨기 전부터 켜놓려고요. 실물만은 못하겠지만 이게 최선이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주째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 김모(29)씨는 새해를 컴퓨터 앞에서 보내게 됐다. 30대를 코앞에 둔 김씨는 다가오는 2021년 1월 1일 신축년(辛丑年) 첫 일출을 보며 한 해 소망을 빌고자 한다.

다만 코로나19로 일출 명소들이 폐쇄된 바람에 일출 명소가 아닌 집에서 30대를 맞이하는 김씨. 집에서라도 첫 일출을 보며 한 해 소망을 빌기 위해 일부러 '랜선 해돋이'를 준비했다.

2021년 1월 1일 새해 첫 일출은 이렇게 김씨처럼 컴퓨터 앞에서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돋이의 묘미는 해변가나 산자락에서 추위에 떨며 바다 수평선 너머 짙은 구름 사이로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일출을 보는 것.

하지만 올해는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일찍 뜨는 울주군 간절곶을 비롯, 전국의 해맞이 행사가 전부 취소되고 새해 일출 전후로 명소 출입이 전면 폐쇄되기 때문에 이 같은 묘미는 경험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동해안부터 제주도까지 전면 '폐쇄' 강경 조치

28일 서울 남산 팔각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방역조치로 1월 1일 해맞이 시간대 남산공원 출입제한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뉴스1

울산시에 따르면 일출 명소 중 하나인 간절곶은 행사 취소에도 관광객 유입이 예상되면서 울주군은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31일 오전 10시~1월 1일 10시 명산·서생삼거리~간절곶 구간 교통 통제와 간절곶 일대 공영 주차장을 폐쇄한다. 또 1일 자정부터 10시까지 간절곶 공원도 문을 닫는다.

제주도 또한 제주형 특별방역 9차 행정명령 발동에 따라 도내 해돋이·해넘이 명소인 오름 33곳에 대한 출입을 다음달 3일까지 제한한다. 앞서 도는 23일 도내 대표적 해돋이·해넘이 명소인 한라산을 비롯해 성산일출봉, 송악산, 원당봉, 사라봉, 도두봉, 사계리 해안, 삼의악 오름, 표선바닷가, 광치기 해안, 고군산 등에 대해서도 임시 폐쇄 조치를 내렸다.

강원도도 마찬가지다. 특별방역지침 발표 전 KTX 예매가 완료됐던 강릉은 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주문진~옥계 30여개 공영주차장을 모두 닫고 도로변 불법 주정차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심지어 31일 오후 3시~내년 1월 1일 오후 3시 음식점에서는 식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초강경책도 내놨다.

속초시도 속초 해변과 외옹치 바다향기로를, 양양군은 낙산해변과 하조대를 통제한다. 고성군 역시 화진포와 송지호, 삼포, 백도 등 주요 해변의 출입을 막고 있다.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정동진역은 31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새해 일출 관람을 전면 금지해서 열차 이용객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

"줌, CCTV 통해 해돋이 장면 생중계"

SK 이노베이션이 올해 1월 1일 생중계한 해돋이. SK이노베이션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일년에 딱 한 번 오는 새해 첫 해를 뜨는 모습을 위해 전국 명소 200여개에는 매년 170만명이 모인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한 해 소망을 비는 특별한 자리를 아쉬워할 사람들이 그만큼 많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생생한 해돋이 장면을 집에서라도 볼 수 있게 특별한 이벤트를 여는 곳들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1월 1일 오전 7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자사 생산기지인 울산 콤플렉스(CLX)에서 바라본 해돋이 장면을 회사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한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의 화상 참여와, 울산 해돋이 장면, 진행자가 있을 서울 용산 스튜디오를 연결하는 3원(元) 중계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오세진 부장은 30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일반인 50명이 줌을 통해 새해 소망, 지난해 기억에 남는 것들 등을 스케치북에 쓰거나 직접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라며 "새해에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보다 빨리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서로 힘을 모으고 응원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벤트에는 400명 가량이 지원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딱 1년 전인 지난해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에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인천 공장과 해가 가장 빨리 뜨는 울산 공장에서 일몰과 일출 장면을 찍어 이를 생중계했다. 오 부장은 "당시엔 6,500여명이 실시간으로 일출을 봤는데 올해는 더 많이 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22일 오전 양양 인구해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WSB FARM 제공

전국 주요 서핑 해변의 바다 정보와 실시간 영상을 제공하고 있는 더블유에스비팜(WSB FARM)도 서핑의 성지인 양양 죽도해변을 포함해 설악해변, 물치해변, 기사문해변, 인구해변, 속초해변, 고성 송지호해변 등 서핑과 함께 해맞이 명소로 각광받는 동해안의 주요 해변 상황을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장래홍 WSB FARM 이사는 2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세로 해변이 막히니 아쉬워하는 주변 서퍼들이 많았다"며 "그래서 원래는 파도 위주로 보여줬던 영상을 일부러 기계를 회전시켜 해가 뜨는 광경 위주로 보여주는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장 이사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됐는데 코로나19로 올해는 서비스 이용자들이 2배 정도 늘었다"며 "시국이 시국인지라 '랜선 해돋이'를 기대하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31일 오전 양양 죽도해변에서 2020년의 마지막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WSB FARM 제공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 무등산국립공원은 31일부터 내달 3일까지 오전 5시 전 산행을 금지하는 대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국립공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영상을 제공한다.

강릉시도 경포·정동진·대관령 등 해맞이 명소 3곳에서 일출 전경을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부산 해운대구도 해운대·송정 해수욕장과 장산 정상,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등 해맞이 명소 4곳의 일출을 해운대구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국립해양조사원도 내년 1월 1일 오전 7시부터 이어도의 일출을 'On바다해양방송'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한다고 31일 밝혔다. 이어도의 새해 일출은 내년 1월 1일 오전 7시37분으로 예상된다. 부산의 해돋이 명소인 해운대보다는 5분 정도 늦지만, 강릉 경포와 정동진보다는 약 3분 빠르다. 아울러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담당자와 해양예보방송 캐스터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관해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손성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