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소들의 방귀가 기후변화 주범이라는데… 억울합니다"

입력
2021.01.01 11:00
0 0

<4>? 대량밀집 사육되고 싶지 않다는 소의 호소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소띠 새해를 나흘 앞둔 지난해 12월 28일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봉성농장에서 8월 수해 참사를 극복하고 태어난 송아지가 먹이를 먹고 있다. 이 송아지는 올해 8월 섬진강 수해 참사를 이겨내고 지붕 위에서 구조된 어미 소가 출산한 쌍둥이 가운데 한 마리다. 구례=연합뉴스

소띠 새해를 나흘 앞둔 지난해 12월 28일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봉성농장에서 8월 수해 참사를 극복하고 태어난 송아지가 먹이를 먹고 있다. 이 송아지는 올해 8월 섬진강 수해 참사를 이겨내고 지붕 위에서 구조된 어미 소가 출산한 쌍둥이 가운데 한 마리다. 구례=연합뉴스

"우리가 내뿜는 메탄가스가 기후변화 주범이라는데, 이렇게 된 게 우리 탓은 아닙니다.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흰소의 해입니다. 우리들 소는 여유와 풍요, 힘을 상징한다고 하죠.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농사를 돕고, 죽은 후에는 몸을 고기로 제공하면서 사람들로부터 예쁨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 들어 천덕꾸러기 취급도 받고 있지요. 온실가스의 일종인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기후변화 주범'이라는 겁니다.

소가 낸 청원에 500명 이상이 동의하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소가 낸 청원에 500명 이상이 동의하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소띠 새해를 나흘 앞둔 지난해 12월 28일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봉성농장에서 암소가 새끼를 잉태해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암소는 올해 8월 섬진강 수해 참사를 극복하고 지붕 위에서 구조됐다. 구례=연합뉴스

소띠 새해를 나흘 앞둔 지난해 12월 28일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봉성농장에서 암소가 새끼를 잉태해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암소는 올해 8월 섬진강 수해 참사를 극복하고 지붕 위에서 구조됐다. 구례=연합뉴스

사람들은 우리 트림과 방귀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고 얘기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Q)는 인간 활동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 가운데 축산업 비중은 14.5%,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가스를 배출하는 동물이 바로 우리, 소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트림과 방귀로 1년간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이 약 200㎏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네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CO₂)의 25배나 된다며 '기후변화 악당' 취급까지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영국 저명한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를 위협하는 3C'에 자동차(Car), 기계톱(Chain saw)와 함께 우리 소(Cattle)를 포함시켰다고 하는데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광장에서 열린 '한우 직거래장터'에서 판매되는 소고기가 전시되어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광장에서 열린 '한우 직거래장터'에서 판매되는 소고기가 전시되어 있다.연합뉴스

사람들의 주장에서 중요한 점이 간과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된 게 우리 탓은 아니라는 거죠. 우리 트림과 방귀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줄 만큼 그 수가 많아진 건 바로 사람들이 값싸게 우리를 먹기 위해 많이 길렀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그 수가 약 15억 마리에 달한다고 하죠. 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장식 대량 사육이 세계적으로 확산한 결과입니다.

기후변화가 우리 잘못이 아니라 우리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근거를 제시하겠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기를 적게 먹으라고 얘기합니다. 유엔과 각국 정부 선정 전문가 패널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9년 ‘토지 사용과 기후 변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사람들이 육식 대신 채식을 하면 기후변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두가 당장 채식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선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게 필수라는 겁니다.

지난해 12월 14일 전북 장수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도로 급격히 떨어지자 장수한우지방공사 직원이 송아지에게 방한용 옷을 입히고 난방기구를 가동하고 있다. 장수=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4일 전북 장수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도로 급격히 떨어지자 장수한우지방공사 직원이 송아지에게 방한용 옷을 입히고 난방기구를 가동하고 있다. 장수=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동물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를 적게 먹으라고 하는데요, 되새김질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트림과 방귀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걸 부정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온실효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 대량 밀집 사육된 게 우리 의지가 아니라는 겁니다. 제발 우리가 기후변화 주범이라는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소가 낸 청원에 동의하시면 포털 사이트 하단 '좋아요'를 클릭하거나 기사 원문 한국일보닷컴 기사 아래 공감버튼을 눌러주세요. 기사 게재 후 1주일 이내 500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해당 전문가들로부터 답변이나 조언, 자문을 전달해드립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