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모어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국경 넘어"
영국인들 무책임한 행동 두고 비난 쏟아져
최근 스위스 유명 스키장에서 격리 대상인 영국인 관광객 200여명이 심야 탈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스위스 스키장에서 도주한 전직 영국 외교관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탈출 성공담'을 올려 파장이 일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영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함에 따라 14일(현지시간) 이후 영국에서 입국한 사람에 대해 의무적으로 열흘 동안 격리 조치를 내렸다.
28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직 외교관이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운동가 앤디 위그모어가 격리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 스위스를 탈출해 (그 소식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자신이 스위스 스키장에서 탈출한 것을 마치 모험담처럼 SNS에 글을 올렸지만, 신문은 "스위스의 코로나19 지침을 어긴 수백명의 영국인처럼 도주했다"고 꼬집었다.
영화 같은 탈출 작전?
위그모어의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그와 그의 가족은 영국풍 휴양지로 꼽히는 스위스 벵겐의 스키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22일 스위스의 격리 지침이 내려져 이 지역에서 열흘간 격리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리조트를 빠져나왔다.
그는 프랑스를 경유해 23일 영국에 도착했다. 위그모어는 인스타그램에 "나는 스위스를 탈출하는 데 성공한 많은 영국인들 중 한 명"이라며 "결국 자정에 파리로 건너와 크리스마트 때를 맞춰 오늘 아침 마지막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에 도착했다"고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위그모어는 자신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처럼 스위스 국경을 넘었다고 덧붙였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오스트리아 출신 조지 본 트랩 대령의 가족이 독일 나치를 피해 스위스 망명을 결정하고, 알프스 산맥을 넘는 것으로 끝나는 영화다.
그는 "영화 속 본 트랩 대령처럼 슬로프(스키장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는 경사진 곳)에서 스위스 국경까지 3시간 이내에 달려가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유럽 내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영국인들의 이 같은 무책임한 행동은 질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위그모어는 현재 자신의 탈출을 성공담처럼 공유한 내용에 비판이 일자 인스타그램을 비공개 계정으로 바꾸어 놓은 상태다.
"스위스 여행 중 아무 제한 없어"
위그모어는 이날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도주에 대한 반성없이 문제의 원인을 여행객들에게 국경을 개방한 스위스 정부 탓으로 돌렸다. 그는 "잘못한 일이 없다"며 "우리 가족은 여행 전후 코로나19 테스트에서 음성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위스는 우리가 여행 갔을 때 개방돼 있었고, 그곳에서 여행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벵겐에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1년에 서너번 방문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20년 넘게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오스트리아·프랑스·독일·이탈리아는 코로나19 우려 속에 이번 겨울 휴가 시즌 스키장에 대한 접근을 폐쇄하거나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스위스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최근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심각해지자 뒤늦게 영국에서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격리 방침을 결정했다.
유럽 언론들은 코로나19 속에도 방역의 고삐를 조이지 않은 스위스 스키장을 두고 "알프스 산맥 주변국들 사이에서 불화의 진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위그모어는 마지막까지 당당했다. 그는 "23일 귀국한 이후 우리 가족은 집에서 자가격리하고 있으며, 10일간의 격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가족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앞서 지난 주말 스위스 베르비에의 스키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던 영국인 관광객 420명 중 200여명이 격리 도중 심야 탈출해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스위스 정부의 강제 지침으로 인해 20㎡(약 6평형) 공간에 4명이 함께 격리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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