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안 서명을 차일피일 미루며 몽니를 부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밤 ‘깜짝 서명’에 나선 것은 다음주 예정된 조지아주(州)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염두에 둔 큰 그림으로 보인다. 부양안 거부가 길어질 경우 선거에서 공화당이 불리해질 것이란 측근들의 설득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재난지원금 2,000달러’를 두고 대통령과 공화당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불씨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주일 가까이 미뤄오던 패키지 법안을 서명하기로 한 것은, 공화당 의원들과 참모들의 ‘광범위한 로비 결과’라고 보도했다. 2조3,000억달러(약 2,520조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안과 2021 회계연도 예산안은 지난 21일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로 상ㆍ하원을 통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바로 서명하는 관례를 깨고 재난지원금을 1인당 6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올리자며 서명을 줄곧 미뤄왔다. 이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만일 28일 밤까지 예산안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다음날부터는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정지)도 불가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6일만인 27일 저녁 서명하면서 가까스로 업무 마비를 피했다.
WSJ는 이번 ‘깜짝’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 몇몇 측근과 대통령이 협의한 결과라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와 전화 통화를 한 뒤 부양책에 서명했는데, 이에 앞서 최측근들과 사전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것은 내달 5일로 예정된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들에게 돌아올 ‘정치적 유산’을 고려하는 동시에, 법안에 서명하는 대신 추후 의회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도록 설득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론이 나빠져 조지아주 선거에 나서는 공화당 현역 의원 데이비드 퍼듀와 켈리 뢰플러 상원의원을 침몰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예산안에 거듭 불만을 표시하며 시간을 끌던 트럼프가 조지아주 선거 때문에 마음을 돌린 셈이다. 두 상원의원은 이날 “대통령의 리더십에 감사 드린다”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선거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날 재난지원금을 2,000달러로 증액하는 법안이 미 하원에서 통과되면서 공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상원은 29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논의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은 증액에 반대한다.
만일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강도 높게 비판해 양측에 균열이 생길 경우 결선투표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해질 수 있다. 현재는 공화당이 상원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조지아주에서 2석을 잃게 되면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선 상원 마저 민주당에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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