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전 의원, ‘출마 철회’ 번복하고 막판 후보 등록
강신욱?유준상 등 ‘反 이기흥 체제’ 후보 3명
단일화 실패로 이기흥 회장에 유리한 선거구도
이에리사?윤강로는 “단일화 대의 위해” 불출마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29일 후보자 등록 마감을 기점으로 본격화했다. 일부 인사들이 체육계 개혁 위한 단일화를 ‘대의’로 내세우며 불출마를 결정했지만, ‘반 이기흥 체제’ 후보자는 여전히 3명이나 된다. 이종걸(63)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은 출마 선언 하루 만에 결정했던 불출마를 또다시 번복, 막판에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이기흥(65) 현 대한체육회장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짜진 셈이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대한체육회장 후보자 등록에는 이기흥 회장과 이종걸 의장, 강신욱(65) 단국대 스포츠과학대학 국제스포츠학부 교수,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 회장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대한체육회장은 연간 약 4,000억원의 체육 관련 예산을 집행해 ‘체육계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민주당 5선 출신 이 의장은 기존 불출마 결정을 다시 뒤집고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이 의장은 지난 28일 “체육계 적폐를 개혁하겠다”며 출마 선언을 했지만, 강 교수와의 단독 회동 이후 불출마를 결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장 측은 이날 복수의 언론에 출마 철회의 뜻을 밝혔다. 강 교수에 대한 사실상의 지지로 읽혔다. 하지만 이 의장은 이날 막판에 지지자들의 반대를 이유로 후보자 등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이 의장보다 먼저 후보자 등록을 했다. 그는 전농여중 하키부 감독과 용산고 하키부 감독을 거쳐 1989년부터 단국대 교수로 재직 중인 체육인 출신 학자다.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한국체육학회장, 대한체육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체육계에 쓴소리를 해왔다.
유준상 회장도 이 의장과 강 교수를 비판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그는 후보 등록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리면서 “장영달ㆍ이종걸ㆍ강신욱 이들 3인이 출마를 앞두고 벌인 바람잡이식 후보 대물려주기 행각을 한 것은, 현 이기흥 집행부의 지난 행태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고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날을 세웠다.
출마의 뜻을 밝혔던 ‘한국 탁구의 전설’ 이에리사(66) 전 태릉선수촌장과 윤강로(64)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은 “단일화라는 대의”를 위해 불출마를 결정했다. 이 전 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범야권 후보들의 단일화를 통한 대항만이 기존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저의 출마로 후보자의 수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은 ‘다다익선’을 외치는 상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라고 적었다. 윤 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선거를 통해 ‘이기흥 체제’를 바로잡으려면 여러 후보가 출마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단일화 논의에도 ‘반 이기흥 체제’를 내세운 후보가 3명이나 나오면서, 이 회장은 도리어 유리한 고지에서 선거를 치르게 됐다. 각 후보자에게 표가 나뉠 경우 고정표가 있는 이 회장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 회장은 지난 4년 임기 동안 고(故) 최숙현 선수 사태 등 체육계에서 연이어 터진 대형 사건ㆍ사고로 비판을 받았다. 평창올림픽 개최, 진천선수촌 이전 등은 공으로 평가된다. 현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고자 하는 정부와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편 이날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30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선거운동이 진행된다. 투표날은 1월 18일이다. 선거인단은 대한체육회 대의원, 회원종목단체, 17개 시ㆍ도 체육회 등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2,180명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