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코로나로 얼어 붙은 우정... 김종진이 '보고 싶은 친구' 다시 부른 이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코로나로 얼어 붙은 우정... 김종진이 '보고 싶은 친구' 다시 부른 이유

입력
2020.12.28 16:29
25면
0 0
27일 공개한 '보고 싶은 친구' 뮤직비디오엔 김종진과 전태관이 꼭 끌어안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그룹 데뷔 25년이 되던 2013년, 무대에 올라 가기 직전 대기실에서 서로 기도를 한 뒤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신웅재 사진가 제공

27일 공개한 '보고 싶은 친구' 뮤직비디오엔 김종진과 전태관이 꼭 끌어안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그룹 데뷔 25년이 되던 2013년, 무대에 올라 가기 직전 대기실에서 서로 기도를 한 뒤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신웅재 사진가 제공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올 연말 중ㆍ고등학교 동창을 만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확산으로 동창회가 취소된 탓이다.

지난 가을부터 JTBC 예능프로그램 '싱어게인'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면서 그의 대인 관계는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확진자나 밀접접촉자가 되면 촬영을 전면 중단해야 하니 밖에서 지인을 만나는 일을 되도록 삼갈 수밖에 없었다. 올해 김종진과 지인들 사이엔 코로나19가 늘 가로 막고 서 있었다. 지속되는 단절, 그는 들판에 앙상하게 홀로 남은 나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켜켜이 쌓인 그리움은 김종진이 27일 공개한 '보고 싶은 친구'에서 툭 터져 나온다. 그는 32년 전 발표한 그룹 1집 '봄여름가을겨울' 수록곡을 다시 불러 발표했다.

"연말 되면 '한해 고생했다'면서 친구들끼리 만나 어깨 한 번 탕 쳐 주면서 힘을 주곤 했잖아요. 이젠 그러지를 못하니 그리움이 더욱 더 짙어지고, 다른 모든 분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했어요." 24일 전화로 만난 김종진이 들려준 '보고 싶은 친구'를 다시 부른 계기다. 녹음실은 가수 이승철이 선뜻 빌려줬다고 한다.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은 "코로나19로 공연을 못하니 날개가 꺾인 새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봄여름가을겨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은 "코로나19로 공연을 못하니 날개가 꺾인 새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봄여름가을겨울엔터테인먼트 제공


"보고 싶은 친구 지금 어디에 무얼하고 있을까." 김종진이 이 곡을 발표한 27일은 그의 단짝이었던 전태관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김종진은 "그리움이 짙어질수록 태관이가 더 그리워진다"며 "아직도 (떠난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고 싶은 친구'는 김종진에 아픈 손가락 같은 노래다. 김종진은 이 곡을 1987년 11월1일에 만들었다. 그와 청춘을 함께 한 가수 유재하가 떠난 날이었다.

"오전 8시 30분에 태관이 울면서 전화를 했어요. '재하가 세상을 떠났다'고요. 재하가 운전 면허 땄다고 좋아하며 전날 방배동 카페에서 친구들을 모아 함께 지내고 헤어졌는데, 갑작스런 소식을 듣고 한 시간을 넋 놓고 울었어요. 그때 쓴 곡이죠. 태관이가 떠난 뒤 이 곡이 더 잊히지 않더라고요."


김종진과 청년시절을 함께 보낸 가수 고 유재하. 씨앤엘뮤직 제공

김종진과 청년시절을 함께 보낸 가수 고 유재하. 씨앤엘뮤직 제공


김종진이 다시 부른 '보고 싶은 친구'엔 고독이 진하게 흐른다. 이별 그리고 또 다른 이별. 이런 순간이 32년 전 '청년' 김종진의 삶에 단층처럼 쌓이면서 목소리도 깊어졌다. 이 곡 피아노 연주 등은 봄여름가을겨울로 한동안 함께 활동한 듀오 빛과 소금의 박성식, 장기호가 새로 했다.

코로나19로 공연이 번번이 취소되고 합주까지 못하게 되면서 김종진은 "공력이 푹푹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런 걱정 속 그의 요즘 유일한 위안은 '싱어게인'에서 받는 즐거움이다. 김종진이 마음에 담은 지원자는 임재범의 '그대는 어디에'를 절규하듯 부른 '29호'. 그는 "유려하진 않지만 그 가슴찡한 목소리가 내게 '노래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다시 던졌다"고 고백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그는 '음악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애초 올해 여러 곳을 돌며 그곳에서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노래하고 녹음해 봄여름가을겨울 새 앨범을 낼 계획이었어요. 제게 음악은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보는 항해거든요. 그 곡들을 꼭 들려주고 싶어요."

양승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