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코로나로 조각난 개인의 삶, 연대 통해 극복해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코로나로 조각난 개인의 삶, 연대 통해 극복해야”

입력
2020.12.30 04:30
23면
0 0

에세이 낸 국내 최초 단원고 스쿨 닥터 김은지 원장

세월호 참사 당시 경기 안산시 단원고에 국내 최초 스쿨 닥터로 임명됐던 김은지 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마음의 숲 제공

세월호 참사 당시 경기 안산시 단원고에 국내 최초 스쿨 닥터로 임명됐던 김은지 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마음의 숲 제공


“코로나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재난이에요. 다른 재난들과 달리 코로나에 감염된 개개인은 사회와 가정에서 낙인 찍혀 삶이 조각 납니다. 어떤 특정집단이나 행동을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몰아 개인의 삶이 파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해요.”

김은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마음토닥정신의학과의원 원장)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의 심리 치료를 도맡았다. 이후 안산시로 아예 병원을 옮겼다. 최근 그들과 함께 한 소회를 쓴 에세이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마음의 숲 발행)를 출간한 김 원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재난 자체보다는 재난 이후에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힘든 일을 많이 경험했다”며 “완벽한 예고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작게나마 나의 경험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보다 재난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에 따른 심리적 지원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안전에 대한 의식도 높아졌다. 국가트라우마센터 등 국가적인 시스템도 마련됐다. 하지만 동시에 재난으로 인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사회적으로 오히려 재난을 경험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계속됐어요. ‘보상금 받았으니 된 것 아니냐’,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만 얘기해라’ 등 재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환멸에 빠져버린 우리 사회 민낯이 드러났죠.”

코로나19란 재난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코로나에 걸리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현실에선 확진자에 대한 엄청난 도덕적 공격이 가해집니다. 한 아이가 ‘사람들은 코로나 걸리는데 왜 교회에 가죠? 교회 가는 사람들은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에요’라고 하더군요. 또 어떤 분들은 ‘지금 스키 타러 가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다’라고도 해요. 사회 구성원들이 특정 집단과 행동에 대해 혐오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문제가 생겼어요.”


그는 재난을 잘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대와 돌봄 그리고 성장을 꼽는다. 일면식도 없던 단원고 교직원과 학생들, 참사 유족들의 마음 깊숙이 들어가 상처를 돌보고 사회로 안전하게 내보낸 경험이 그에게 알려준 것이다.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물어봤더니 가족, 친구,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봉사하고 도와준 분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코로나도 마찬가지에요. 간호사들이 대구에 도와주러 가고, 마스크를 만들어 서로 나누는 연대가 없다면 우리는 결코 코로나를 극복하지 못할 거예요. 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한 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강지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