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어민…단체 생활 활발 감염 확산
"겨울 한철 과메기·대게 어쩌나" 걱정 태산
해맞이 축제의 명소인 경북 포항 남구 구룡포읍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5일간 23명이나 속출해 비상이다. 내년 축제는 취소됐지만 동해안 최대 어업기지인 구룡포는 겨울 별미인 과메기 산지인데다 성어기를 맞은 대게와 오징어잡이 어선이 가장 많은 항구여서 어민들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포항시에 따르면 구룡포읍에서는 지난 24일 1명을 시작으로 25일 2명, 26일 4명, 27일 10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날 6명이 확진됐다.
확진된 23명은 대부분 어민이다. 강원과 경북을 통틀어 대게와 오징어배가 가장 많은 구룡포항 어민들은 이달 초 코로나19 유행에도 겨울이 성어기인 대게와 오징어를 잡기 위해 활발히 움직였다. 더구나 구룡포는 겨울철 별미이자 지역 특산물인 과메기 산지로, 한철 장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역 주민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예년처럼 크게 북적거렸다.
방역당국은 어민들이 조업으로 수일간 함께 숙식하고 육지에서 휴식을 취할 때도 함께 하는 생활 특성 때문에 전파가 빨랐던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시가 지난 26일 자정을 기해 구룡포 지역 다방과 노래연습장에 집합을 금지하는 특별행정명령을 발령한 것도 모임이 잦은 어업인들을 중심으로 지역 감염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구룡포에서는 올 2월부터 이달 초까지 코로나19 환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터여서 지난 24일 첫 확진 발생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울릉도 근처에서 조업 중이던 오징어잡이 선박 한 척은 출항 전 선장이 접촉자로 파악돼 검체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나갔다가 바다 위에서 확진 통보를 받고 귀항했다. 지난 27일에는 울릉 앞바다에서 조업하던 오징어잡이 어선에서 선원 1명이 숨진 채 발견된 후 선장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사실을 파악하고 승선원 10명이 도착 후 즉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구룡포지역 한 어민은 "그동안 코로나 환자가 없어 다들 경각심이 없었다"며 "한 두명 나왔다는 얘기에도 별로 걱정하지 않다가 확진자가 쏟아지니 그제서야 놀랐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어업인들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자 27일 조업 중인 어민들까지 강제로 복귀시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특별행정명령을 추가로 발령했다.
구룡포 주민들은 코로나19 확산에 겨울 한철 팔리는 대게와 과메기 판매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올해는 바로 옆 호미곶면에서 열리는 해맞이 축제마저 취소된 상황이라 겨울철 특수를 날렸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구룡포지역 한 주민은 "겨울 한철로 1년 내 먹고 사는데 올해 대게와 과메기 판매는 끝난 것 같다"며 "코로나를 빨리 막아야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민들끼리 서로 검사를 독려하고 방역 수칙을 지키는데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룡포시장 상인들은 1월 1일까지 자발적으로 시장을 폐쇄하기로 했고, 구룡포와 호미곶 지역 미용업소들도 1월 3일까지 영업을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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