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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성지’ 향린교회, 명동 시대 마감…광화문으로

입력
2020.12.28 16: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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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에 위치한 향린교회의 모습. 향린교회는 내년 중 종로구 내수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명동에 위치한 향린교회의 모습. 향린교회는 내년 중 종로구 내수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중심 역할을 했던 서울 향린교회가 50여년 만에 중구 명동에서 종로구 내수동으로 터를 이전한다.

28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향린교회에 따르면, 교회는 매입한 종로구 내수동 110-5부지에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교회 건물을 새로 짓고 이전한다. 앞서 교회는 기존 건물이 있던 지역이 도시환경 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전을 준비해왔다.

1953년에 설립된 향린교회는 1967년 지금의 터(명동13길 27-5)에 자리 잡았다. 1987년 5월 27일 이 곳에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 본부(국본)’ 발기인 대회가 열렸고, 그 때부터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불렸다. 국본은 민주화 세력을 결집시켜 그 해 6월 항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향린교회는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1987’ 속 교회의 실제 모델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재야 인사 김정남(설경구 역)이 대공분실의 추적을 피해 숨어 들어간 곳이 바로 향린교회다. 영화 속에서는 ‘향림교회’로 표현됐다.

진보성향의 향린교회는 활발한 사회참여로도 유명하다. 예컨대 교회는 1991년부터 지금까지 교회 외벽에 ‘국가보안법 철폐’ 현수막을 내걸고, 관련 활동을 해왔다. 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향린교회 신축 설계 공모를 위한 현장설명회’ 자료에는 “창립 이후 70년 가까이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신앙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며 “현 위치는 사회선교를 위한 집회 시 그 효과가 최대화되는 장소로 역할을 해왔는데, 광화문 지역에서도 그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써 있다.

교회의 색깔이 뚜렷한 만큼 향린교회의 이전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일부 엿보인다. 향린교회가 이전하는 내수동 지역의 한 교회는 향린교회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이유 등을 거론하며 교회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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