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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배민' 사겠다는 독일 DH에..."그럼 '요기요'는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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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배민' 사겠다는 독일 DH에..."그럼 '요기요'는 팔아"

입력
2020.12.28 18:30
수정
2020.12.28 22: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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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 조건부 승인
'시장점유율 2위' 요기요 6개월 내 매각 조건
DH는 공정위 요구 수용.. "내년 1분기 중 매각"

올 8월 서울 ‘배민 라이더스(배달의민족 주문 음식 배송 기사)’ 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올 8월 서울 ‘배민 라이더스(배달의민족 주문 음식 배송 기사)’ 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딜리버리히어로(DHㆍ요기요 본사)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본사) 인수는 허용한다. 대신 국내 서비스인 요기요는 팔아라.”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 시장 1, 2위 업체 간의 인수합병(M&A)을 심사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은 허용하되 국내서 운용하던 사업체는 6개월 내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놓았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두 회사가 결합하면 사실상 독점 회사가 만들어지는 만큼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것이다. DH는 공정위의 요구를 받아들여 내년 1분기 중 요기요를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배달앱 시장 내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위상

배달앱 시장 내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위상


M&A 시 점유율 99%… 쿠팡은 경쟁 안 돼

공정위는 28일 브리핑을 열고 DH가 요기요 운영사인 DH코리아를 6개월 이내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DH코리아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도 함께 달았다. 공정위가 새로운 회사 인수를 위해 기존 주력 사업을 통째 매각하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심사하면서 관련 시장을 ‘배달앱’시장으로 한정했다. 음식 배달을 할 때는 전화 주문이나 음식점 홈페이지 주문 등의 방식이 있지만, 다른 주문 방식이 배달앱을 대체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배달 시장에서 배달앱 비중은 2017년 17%에서 지난해 53%까지 높아졌다.

이 시장에서 우아한형제들(배민)과 DH(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가 결합하면 지난해 기준 99.2%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사실상의 독점 회사’가 된다고 봤다. 공정위가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요건 △시장점유율 1위 △점유율 50% 이상 △2위 사업자와 격차 25%포인트 이상을 모두 충족한다.

공정위는 이미 배달앱 시장이 '배민-요기요' 중심으로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 5년간 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경쟁앱도 없었고, 최근 등장한 쿠팡이츠도 두 회사의 대항마가 못 된다고 봤다. 쿠팡이츠의 ‘1주문 1배달’ 모델은 안정적으로 서비스 확장하기는 힘들 거란 이유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11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배달의 민족' 기업결합 불허 및 상생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이 함께 했다. 오대근 기자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11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배달의 민족' 기업결합 불허 및 상생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이 함께 했다. 오대근 기자


"혜택 줄고 수수료만 오를 수도"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 혜택은 줄어들고 음식점 수수료는 인상하는 등 배달앱을 이용하는 시장 참여자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봤다.

우선 소비자 대상 쿠폰 할인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공정위는 점유율과 쿠폰 할인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배민-요기요가 각각 상대 업체보다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쿠폰 할인을 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 경쟁이 위축되고, 입점 음식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분석 결과 수수료를 인상하더라도 음식점이 이탈할 확률이 1% 미만으로 극히 낮다는 점에서다. 음식점이 여러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배민-요기요 서비스를 쓰지 않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4월 배민 수수료 체계 개편 논란도 공정위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줬다. 배영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배민의 수수료 개편 의도를 보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가격 인상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의 민족-요기요 배달앱 사용자 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과 관련한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의 민족-요기요 배달앱 사용자 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과 관련한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요기요 팔아도 M&A 목적 달성"

경쟁 제한성에 대한 우려가 큰데도 공정위가 조건부로 기업결합을 받아들인 것은, 두 회사가 주장한 기업결합 필요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DH는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추진하면서 “배민의 노하우를 이용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이 한 회사가 되더라도 시장점유율 20~30%로 추산되는 요기요를 매각할 경우에는 지금과 유사한 경쟁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도 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요기요 매각은 배달앱 플랫폼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경쟁 제한성 우려는 해소하면서, 두 회사의 시너지는 발휘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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