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부터 고향 장성에 머물러?
무연허 의료 논란 휘말리기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국정통침구학회(남수침술원) 사무실에서 이뤄진 구당 김남수 인터뷰. 중국에서 침뜸 치료 재개 계획을 밝히는 활기찬 모습은 구순을 넘긴 생물학적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손용석 기자
'쑥뜸 논란'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당(灸堂) 김남수 옹이 별세했다. 향년 105세.
전남 장성군은 28일 쑥 한줌으로 뜸을 뜨는 '무극보양뜸' 창안자 김남수 옹이 전날 오후 4시 30분 서삼면 금계리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1915년 광산군(현 장성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친 김서중으로부터 형님 김기수와 함께 한학과 침구학을 전수받아 1943년 서울 동대문구에 남수침술원을 개원했다. 동대문에서 침과 뜸을 놓으면서도 고인은 중국 북경 침구골상학원 객좌교수, 대한침구사협회 입법추진위원장, 녹색대학대학원 자연의학과 석좌교수 등을 지내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이 같은 노력을 평가 받아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원봉사상 금상을 받았고, 대통령 표창(2002년)과 국민훈장 동백장(2008년) 등을 받았다.
2015년에는 귀향한 뒤 무극보양뜸센터를 열어 침뜸 보급 활동을 펼쳤다. 한 유족은 “만성통증, 뿌리 깊은 병을 뜸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계셨다”며 “무극보양뜸센터를 장터처럼 만들어서 누구나 뜸을 뜰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신 모습이 선하다”고 했다. 당시 김 옹의 나이 100세였다. 이 외에도 그 동안 국내외에서 제자들과 함께 150만여명에 이르는 환자들에게 무료로 무극보양뜸을 시술했다.
특히 뜸자리만 잘 잡으면 되는 등 큰 어려움이 배울 수 있어 그가 배출한 제자는 5,000명이 넘는다. 무극보양뜸은 인체의 기혈과 음양오행의 평형 원리를 조화시켜 경혈에 뜸을 뜨는 면역(免疫)요법이다. 남자의 경우 기해?관원 등 12개 혈자리에, 여자는 수도(좌우), 중극 등 13개 혈자리에 침을 뜬다.

구당 김남수 빈소. 유족 제공
고인은 생전에 많은 저서를 남겼다. △나는 침뜸으로 승부한다 △뜸의 이론과 실제 △침뜸 이야기 △침뜸의학개론 △경락경혈학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도 '무극보양뜸'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한의사들이 하는 영리 목적의 뜸 시술이 아니라 조상 대대로 전해온 뜸을 국민 누구나 쉽고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아직 당국은 뜸의 가치를 모른다"면서 "뜸은 최고의 건강장수 비법이자, 우리나라의 의료비 대란을 잠재울 최고의 의술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상의 무수한 환자들은 그의 뜸에 열광했지만, 양의들과 실정법은 그를 가만 두지 않았다. '무허가 의료행위'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사회 통념상 용인 가능한 시술’이라고 판단했지만, 2000~2010년 한의사 면허 없이 침?뜸 교육과정을 개설해 143억원의 수강료를 받은 교육행위에 대해선 2017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800만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빈소는 전남 장성군 장성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은 29일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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