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하루 차이 난 KSOI·리얼미터 대선주자 지지율
윤석열 지지율, KSOI선 15%, 리얼미터선 23.9%
KSOI는 전화면접 100%, 리얼미터는 ARS 90%
두 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하루 차이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를 발표했는데요. 눈에 띄게 다른 수치를 보여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리얼미터가 28일 발표한 조사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23.9%,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재명 경기지사 각각 18.2%로 나타났는데요. 반면 전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조사에선 이 지사 23.4%, 이 대표 16.8%, 윤 총장 15%로 집계됐습니다.
한 조사에선 윤 총장이 오차범위 밖에서 선전한 반면, 다른 조사에선 이 지사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난 것이죠. 무엇보다 윤 총장에 대한 두 여론조사 기관의 지지율은 8.9%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는데요. 하루 차이로 발표된 조사인데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리얼미터는 28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21~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4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2.2%포인트), 윤 총장이 지난달 조사보다 4.1%포인트 증가한 23.9%로 조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대표와 이 지사 모두 18.2%로 나왔는데, 지난달 조사와 비교하면 이 대표는 2.4%포인트, 이 지사는 1.2%포인트 각각 하락했습니다.
KSOI는 전날인 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발표(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했는데, 이 지사는 지난달 조사보다 2.5%포인트 오른 23.4%로 나타났습니다. 이 대표는 4.3%포인트 떨어진 16.8%로, 윤 총장은 3.9%포인트 오른 15%로 집계됐죠. 이는 윤 총장이 업무에 복귀한 이튿날인 26일에 진행된 조사입니다.
응답률, KSOI는 16.5%, 리얼미터는 4.7%
두 조사가 차이를 보이는 건 다른 조사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대중의 보편적인 의견이나 정서를 보여줄 수 있는 '전화 면접조사(CATI)'와 정치 이슈에 관심이 높은 고관여층의 참여 비율이 높은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KSOI는 전화 조사원이 응답자에게 직접 인터뷰를 해 답변을 이끌어내는 면접조사 방식으로 조사했습니다. 반면 리얼미터는 응답자가 사전에 녹음된 음성에 따라 숫자패드를 누르는 ARS 방식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두 여론조사 기관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한 조사 방법을 보면 KSOI는 무선 전화면접 79.7%, 유선 전화면접 20.3%의 비율로 조사했습니다. 조사원이 100% 응답자에게 일일이 인터뷰를 해 얻어낸 결과죠.
리얼미터는 유선전화 ARS 20%, 무선전화 ARS 70%, 무선 전화면접 10% 비율로 섞어 조사했는데요. ARS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대부분 음성에 따라 정해진 숫자를 눌러 답변한 겁니다.
면접조사와 ARS가 차이를 보이는 건 ARS가 정치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정치 고관여층의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면접조사 방식에선 무작위 번호 추출을 통해 전화를 걸면 응답자가 도중에 전화를 끊지 않도록 조사원이 설득하면서 답변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조사원의 설득에 따라 설문조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셈이죠.
반면 ARS는 정치 이슈, 즉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조사에 응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참여 여부를 묻는 전화가 왔을 때 특정 정치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고 싶은 사람이 많이 참여하게 되죠.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 관심이 없다면 전화를 끊어버리면 그만입니다.
ARS는 면접조사보다 조사에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조사 거부에 대한 부담도 적은 편입니다. 두 조사의 응답률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KSOI가 이번에 실시한 조사의 응답률은 16.5%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리얼미터의 응답률은 ARS만 계산하면 4.9%, 전화 면접조사(10%)까지 더하면 4.7%로 나타났습니다. ARS 조사의 응답률이 현저히 낮다는 걸 볼 수 있죠.
윤석열 지지 두드러지게 반영된 ARS 조사
이는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감과 여권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고 싶은 응답자들이 ARS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들의 적즉적인 참여가 여론 쏠림 현상으로 나타난 셈입니다.
두 조사 모두 윤 총장의 업무 복귀 가능성이 거론된 시기에 이뤄졌는데요. 리얼미터는 재판부가 윤 총장이 낸 정직 2개월 징계 집행 정지 신청을 인용한 날인 24일까지 조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이 이날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윤 총장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컸던 상황이죠.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윤 총장의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4.1%포인트 상승했는데요. 지난달 상승 폭(1.4%포인트)의 세 배 수준입니다. 이는 윤 총장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고 싶은 참여자들이 더욱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KSOI 조사는 윤 총장이 업무에 복귀한 이튿날 이뤄졌는데요. 상승 폭만 놓고 보면 차기 대권 삼강 구도를 형성한 인사 중 윤 총장(3.9%포인트 상승)이 가장 컸습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대표는 이에 대해 "ARS는 응답자 본인이 응답하고 싶거나 흥미로운 주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며 "조사 당시 윤 총장과 여권의 대결 국면이 극적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윤 총장을 지지하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윤 총장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ARS의 경우 특정 이슈에 대한 답변 쏠림 현상이 벌어지는 탓에 여론 선행 지표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선행 지표란 향후 여론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뜻하는데요. ARS는 이슈 중요도에 따라 답변이 좌우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윤 총장에 대한 이슈 노출 빈도가 떨어지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대표는 "ARS는 이슈에 대한 관심도, 사회적 분위기가 과도하게 포착되긴 하지만, 반대로 분위기가 바뀌면 답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며 "향후 여론 추이가 ARS 조사 결과대로 나타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KSOI·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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