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승인 단일클론항체 치료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긴급사용을 승인한 단일클론항체 치료제가 정작 병원에선 사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약 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치료제에 대한 불신이나 무관심에 환자들이 적극 투여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단일클론항체 치료제 사용이 미미하다고 전했다. FDA는 앞서 지난달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이 개발한 단일클론 항체치료제의 긴급사용을 잇따라 승인했다. 단일클론 항체는 침입하는 병원체의 특정단백질(항원) 한가지를 표적으로 삼는다. 10월 코로나19에 걸렸던 트럼프 대통령이 리제네론의 단일클론항체를 혼합한 치료제를 맞은 뒤 “즉각 상태가 좋아졌다. 믿을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고 극찬했던 만큼, 관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에선 찬 바람만 맞고 있는 셈이다.
미 행정부의 백신개발을 총괄하는 팀 ‘초고속 작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의료 기관에서는 매주 제공 받는 단일클론항체의 20%만 투여하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보건부 집계를 인용, 정부가 두 회사로부터 53만2,000회 분량의 항체치료제를 확보한 뒤 이 중 55%를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20% 가량만 투약됐다고 밝혔다.
언론은 일선 현장에서 항체 치료제가 외면 받는 이유로 까다로운 투약 조건과 환자들의 무관심을 꼽았다. 노스웨스턴 메모리얼병원의 감염병 의사인 마이클 아이슨은 WSJ에 “의사들은 약을 주문하지 않고 환자들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단일클론항체 치료제는 나이나 기저질환으로 인해 중증 진행 가능성이 높은 경증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FDA 승인을 받았다. 환자가 처음 증상을 보이기 시작 한 뒤 열흘 이내에 투약해야 하는 게 특징이다. NYT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세를 보이면서 병원 입원 자체가 힘든 만큼, 열흘 안에 의사의 진료를 받고 항체치료제를 처방 받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도 항체 치료에 큰 관심이 없거나 투여를 거부하고 있다.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단일클론항체 관리ㆍ투여를 담당하는 의사 에밀리 루빈은 “많은 환자가 (단일 클론항체 치료를) 거부했다”며 “투여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들은 증상이 경미하거나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 일라이릴리의 중화항체치료제인 밤라니비맙(bamlanivimab) 275회 투여분을 제공 받았지만, 지금까지 실제 투여한 환자는 10%에 불과하다”며 리네네론의 경우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약물에 대한 불신 역시 환자들이 투약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그간 두 제약사의 치료제 사용을 권고하거나 반대할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면서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기준으로 고려돼선 안 된다”고 밝혀왔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감염병 전문의 라제쉬 간디 박사는 “치료제 결과를 확실히 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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