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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해 '소 관련 지명' 보니… 소똥령ㆍ우면산ㆍ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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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해 '소 관련 지명' 보니… 소똥령ㆍ우면산ㆍ우도

입력
2020.12.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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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의 멍에실 마을.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경남 밀양의 멍에실 마을.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2021년은 '소의 해'인 신축(辛丑)년이다. 예로부터 근면함과 풍요로움, 희생을 상징하고 농사일을 돕는 동물로 인식돼 왔던 소가 우리 민족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웠는지는 국토에 스며든 수많은 지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21년 신축년을 앞두고 전국의 고시지명을 분석한 결과, 소와 관련된 지명은 총 731개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이 땅에 용(1,261개)과 말(744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게 소 관련 지명이다.

전국에서 소와 관련된 지명이 가장 많은 곳은 전남이며, 강진 강진읍에 있는 ‘우두봉’을 비롯해 총 204개가 있다. 글자별로 살펴보면 ‘우산(23개)’, ‘우동(9개)’, ‘우암(8개)’ 등의 순으로 소 관련 지명이 전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종류별로는 마을(566개ㆍ77.4%)이 대다수며 섬(55개ㆍ7.5%), 산(53개ㆍ7.2%) 순으로 나타났다.

띠별 관련 전국 지명.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띠별 관련 전국 지명.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준 소와 관련된 재미있고 흥미로운 유래를 가진 지명도 눈에 띈다. 강원 고성 간성읍의 고개 ‘소똥령’은 팔려가던 소들이 고개 정상에 있는 주막 앞에 똥을 많이 누어 산이 소똥 모양이 됐다는 유래가 전해져 온다.

경남 거창 가북면에는 소가 맹수로부터 어린 아이를 구했다는 전설과 함께 인간을 위해 온몸을 아끼지 않은 소의 의리와 헌신을 기리는 뜻의 ‘우혜(牛惠)’라는 마을이 있다. 또 서울 서초구의 ‘우면산(牛眠山)’은 산 모양이 소가 졸고 있는 모양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푸른 바다와 검은 돌담 그리고 등대가 가장 제주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우도는 누운 소 모양이라는 데서 지명이 유래됐다.

강원 고성의 소똥령 마을.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강원 고성의 소똥령 마을.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소를 아끼고 보살펴야 집안과 마을이 편안하고 번창해진다고 믿어왔던 우리 민족의 문화적 특징과 생활 모습도 지명에 남았다. 전남 나주의 마을 ‘구축(九丑)’은 아홉 마리의 소를 기르면서 마을을 발전시켰다는 전설이 유래가 됐고, 울산의 ‘우가(牛家)’ 마을은 소가 병에 걸리자 이곳에 집을 짓고 소들을 피난시켰다고 해 생겨난 지명이다.

소와 연관된 농기구 이름이 섞여 들어간 지명도 51곳에 이른다. 강원 평창의 ‘통골’, 경남 함양의 ‘구시골’, 경북 봉화의 ‘구우밭’ 등은 소 먹이통인 구유와 관련된 지명이다. 멍에(수레나 쟁기를 끌기 위해 소의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와 관련한 지명은 경남 밀양시의 마을 ‘멍에실’ 등이 있다.

신축년은 국토지리정보원이 2010년 호랑이(경인년)를 시작으로 매년 우리 국토 속에 녹아있는 십이지 동물과 관련된 지명을 소개해왔던 마지막 해다.

사공호상 국토지리정보원장은 “코로나19 대응에 모두가 지치고 힘들었던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소의 해에는 가슴 따뜻하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면서 “그간 십이지 동물과 관련한 지명조사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책자로 발간해 국토지리정보원 누리집에 내년 1월중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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