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문화과학' 겨울호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5년 만에 '확장하는 페미니즘' 다뤄
"축소하는 페미니즘에서, 확장하는 페미니즘으로"
계간 ‘문화과학’이 2020년 겨울 ‘확장하는 페미니즘’(104호)을 화두로 제시하며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방향타를 점검한다. 2015년 ‘페미니즘 2.0’(83호) 특집 기획을 통해 페미니즘 리부트 담론 형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지 5년 만이다. 혐오와 배제, 고립으로 ‘축소하는 페미니즘’이 아닌 연대와 결속, 협력을 통해 사회 변혁을 지향하는 실천 운동인 ‘확장하는 페미니즘’을 나아가야 한다는 제안이다.
5년 전 온라인 공간에서 촉발된 페미니즘 대중화의 흐름을 ‘페미니즘 리부트’라 명명했던 손희정 경희대 교수는 지난 1월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래디컬 페미니스트(랟펨)의 공격으로 입학을 포기한 사건을 중심으로 온라인 페미니즘의 정치적 가능성과 한계를 진단한다.
숙대 사건으로 부상한 ‘랟펨’은 “여자들의 문제에만 집중하겠다”, “여자들만 챙기겠다”는 걸 노골화했다. 배타성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를 동반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배제와 혐오의 정치는 고립을 낳고, 또 다른 배제와 혐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손 교수는 ‘여성운동’과 ‘소수자운동’의 손쉬운 분리는 “페미니즘을 게토화시킬 뿐”이라며, 배제의 정치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안으로 제시한 건, ‘네트워크 리더십’을 통한 디지털 페미니즘의 가능성이다. 수많은 주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현실 정치 의제로 바꿔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낙태죄 폐지 운동’이 새로운 연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윤종 편집위원은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기묘한 결합이 '축소하는 페미니즘' 현상으로 드러났다고 진단한다. “신자유주의적 각자도생의 원리원칙하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의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극단적인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전유하여 이를 ‘생물학적 여성’의 권리만을 요구하기 위한 교두보나 장치로 활용하는 움직임”이라는 것.
'확장하는 페미니즘'에 대해선 “세력의 확대나, 확장”이 아닌 “신축성”과 “탄력성”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위원은 “확장하는 페미니즘은 여성을 비롯해 성 소수자, 정치적 망명자 및 난민 등 권력으로부터 억압당하는 다종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골고루 대변할 수 있는 일종의 철학적, 정치적 신념”이 돼야 하며, 그래야 “가부장제로부터 자본주의, 제국주의, 인종주의 및 혐오 발언까지 방대한 영역에 대항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도 급진 페미니즘의 과거와 현재, 중국의 영 페미니스트 운동, 재일여성 ‘위안부’ 운동과 포스트 식민 페미니즘, 게이와 페미니즘, 586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에 대한 분석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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