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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대장암ㆍ난소암 환자의 희망…하이브리드 수술 'HI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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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대장암ㆍ난소암 환자의 희망…하이브리드 수술 'HIPEC'

입력
2020.12.28 19: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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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혁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팀, 500례 달성
대장암 4기 환자 1/3 정도 HIPEC 치료 가능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대장암이라도 HIPEC 수술을 시행하면 적지 않은 환자가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대장암이라도 HIPEC 수술을 시행하면 적지 않은 환자가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선진국형 암’인 대장암은 위암에 이어 국내 발생률 2위로, 전체 암 발생의 12.1%를 차지한다(중앙암등록본부). 게다가 대장암 환자의 25~30% 정도가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에 암을 발견한다.

대장암이 4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4기 다발성 전이암은 수술을 하지 않고 완화 목적의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만 한다. 일부에서는 4기 암을 말기 암이라 부르며 일체의 치료를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며 거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종양 감축술 후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HIPECㆍHyperthermic Intra-Peritoneal Chemotherapy)’ 수술이 근치적 치료 효과를 나타내면서 기존 수술로 치료하기 어려웠던 4기 대장암 환자 등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고 있다.

HIPEC 수술은 개복한 뒤 대장암 덩어리를 잘라내면서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환자 복강에 고온(41~43도 정도)으로 가열한 항암제(마이토마이신)를 90분 정도 직접 뿌려줘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치료법이다.

암세포가 일반세포보다 열에 약하다는 점에 착안해 온열 요법과 전통적 항암제 치료법을 수술과 접목한 일종의 ‘하이브리드 수술법’이다. 국내에서는 2013년 신 의료 기술로 허가돼 대장암ㆍ위암ㆍ난소암 등의 복막 전이 환자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이 치료법은 난소암에 쓰이는 항암제(파클라탁셀)의 1,000배 효과를 보인다. 다만 수술이 매우 복잡해 10시간 이상 걸린다.

백승혁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2014년 7월 HIPEC 수술을 국내 첫 도입한 이래 박은정 대장항문외과 교수와 팀을 이뤄 벌써 500례 넘게 시행했다. 백 교수는 ‘HIPEC 개발자’인 폴 슈거베이커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대 의대 종양외과 교수에게 정식으로 이 치료법을 배워 이 분야에서 아시아의 최고 명의로 자리 잡았다.

백 교수는 “기존 치료법으로 근치적 수술이 불가능했던 4기 대장암도 HIPEC 수술로 3분의 1가량 치료할 수 있는 혁명적인 치료법”이라고 했다. 그가 2014년 7월 처음으로 HIPEC 수술을 시행한 50대 4기 대장암 환자는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백 교수는 특히 “HIPEC 수술을 시행하면 대장암 일종으로 충수돌기에서 생기는 ‘복막가성점액종(위점액종)’을 완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막가성점액종은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이 이 병으로 인해 사망해 유명해졌다. 백 교수는 “HIPEC 수술은 복막가성점액종ㆍ중피세포종 등에도 효과가 뛰어나므로 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2009년 미국임상종양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기존 항암요법을 받은 환자가 23.9개월의 생존 기간을 보인데 비해 HIPEC 수술을 받은 환자는 62.7개월로 40개월 정도 더 오래 생존했다. 무질병 생존 기간도 기존 치료가 12.6개월인 데 비해 HIPEC 수술 환자는 22.2개월이었다.

백 교수는 “HIPEC 수술에 대한 찬반 논란은 있지만 최근 젊은층의 암 발생과 복막 전이가 많아지면서 환자 입장에서는 효과가 훨씬 좋은 하이펙 치료를 택하리라 본다”고 했다.

백승혁 (왼쪽)·박은정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백승혁 (왼쪽)·박은정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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