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법원이 윤 총장 징계에 효력 중단 결정을 내린지 하루만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을 거론했다. 사실상 윤 총장을 향한 경고다. 법원 결정으로 윤 총장이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향한 동력이 한풀 꺾였지만, 이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文, 법원엔 "결정 존중" 국민엔 "사과 말씀"
문 대통령은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윤 총장 직무복귀에 대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 정국에서 소모적인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한 사과였다. 이미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윤 총장 업무 복귀로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지 못한 측면을 반영한 것으로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7일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고, 16일 윤 총장 징계안을 재가하면서도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다만 이날 문 대통령이 사용한 '결과적으로'라는 표현에는 '검찰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문 대통령 생각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검찰엔 "성찰하라"... 검찰개혁 완수의지
국민들을 향한 사과와 달리 검찰을 향한 메시지는 단호했다. 문 대통령은 "법원의 판단에 유념하여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 징계 조치에 대한 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안을 재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특히 범죄정보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날 법원이 윤 총장 징계 절차에 대한 흠결을 지적하면서도, 검찰이 재판부 성향 정보를 수집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판단한 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를 두고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야 하는 윤 총장을 향한 구체적 압박이란 관측도 나왔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 징계를 제청하며 사의를 표명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 복귀에 대해선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 총장은 이날 낮 12시쯤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로 출근해 서울동부구치소 등 수감시설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전날 밤 법원 결정으로 징계가 취소된 뒤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던 것 이상의 추가 입장 표명은 없었다. 업무에 복귀한 윤 총장은 내년 7월 임기까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국면 전환' 고심하는 文... 추미애 사표부터?
문 대통령 입장은 법원 판결 하루 만에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추미애ㆍ윤석열 관련) 혼란과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의지가 크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절실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권에서조차 '레임덕'이 거론되는 등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문 대통령이 신속하게 메시지를 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를 통해 검찰 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검찰뿐 아니라 법무부에도 '안정적인 협조 관계'를 당부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이 '조화'를 이루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조만간 추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쪽으로 상황 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현 국면을 전환시킬 만한 뚜렷한 선택지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고, 백신 도입에 안일했다는 비판까지 이어지면서 국정운영에 비상등이 켜져 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도 좀처럼 반등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민들이 가려워하는 부분들을 문 대통령이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신년기자회견 등 여러방식의 대국민 소통 방법을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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