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소식 전하며 물고기 무늬 넥타이 착용
어업 중요성 강조 의도이나 英 어업계는 반발
24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 완전 결별을 알리던 기자회견을 할 때 시청자들의 시선은 그가 맨 넥타이에 고정됐다. 물고기 무늬가 가득한 넥타이를 통해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미래관계 협상의 최대 쟁점인 어업을 강조하려 했다. 곧장 ‘넥타이 정치’란 말이 나왔으나, 정작 협상 결과가 못마땅했던 어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존슨 총리는 이날 EU와의 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자리에 작은 물고기 무늬가 빼곡히 박힌 넥타이와 청어뼈 무늬를 본뜬 헤링본 패턴의 하늘색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DPAㆍ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일제히 “이번 합의문에서 어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합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영국은 이제 우리 해역을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어업량 쿼터의 ‘획기적인 증가’를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의상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내비치는 그간의 관행을 따라 했다. 반대로 그는 브렉시트 과정에서 ‘의상 정치’의 저격을 당한 적도 있다. 지난해 브렉시트를 자신의 입맛대로 끌고 가려던 존슨 총리가 무리하게 의회 정회 결정을 내리자 대법원은 제동을 걸었다. 선고 당일, 브렌다 헤일 대법원장은 화려한 거미 모양 브로치를 착용해 ‘총리를 잡는 독거미’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그의 노림수는 먹혀 들지 않은 것 같다. 영국 어업계에선 협상 내용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한 어업인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어부들을 가장 바닥으로 취급한다는 분노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어업인연합회의 배리 디스 대표는 “여전히 영국 해안 12마일 안에서 EU 측 조업을 허용한다는 사실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쟁점인 ‘공정경쟁 환경’ 분야에서 EU의 양보를 얻어내려 어업에서 한 발 물러난 점이 어업계를 자극했다는 지적이 많다.
1년 가까이 이어진 포스트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은 자국 해역 내 EU의 조업권을 대폭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EU가 반발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결국 영국 해역 내 EU 어획량 쿼터를 향후 5년 6개월에 걸쳐 현재보다 25% 감축하는 선에서 결론을 냈다. 이는 영국 정부가 협상 막판까지도 주장했던 35%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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